일단 미국 ‘혼자서’ 에너지 제재
우려했던 에너지 금수 조치가 나왔지만, 아직 미국과 영국 독자 제재에 그치면서 일단은 최악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석유제품까지 치면 약 8%로 크지 않다. 가스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지 않는다. 반면 EU는 가스의 약 40%, 원유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동참했다면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은 물론 에너지 수급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장 동참 부담 줄었지만 ‘고심’
다만 한국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빠질지에 대해선 아직 확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 내부에선 유럽 없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제재 동참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 일단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독자 제재 방침 정도만 전달받았을 뿐 아직 제재 동참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구를 들은 바도 없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적도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공조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제재에 선제적으로 동참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검토된다.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크지 않아 금수 조치에 동참해도 당장의 수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고유가 상황 당분간 감당해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수 조치와 관련해 유럽과 다른 국가들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상기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동맹과 협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과거 ‘오일쇼크’ 때와 달리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다만 높은 에너지 가격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수준에 따라 수급 조절 등 비상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고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쉽게 잡히지 않아 지나친 에너지 수급 조절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등의 노력이 일단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높아진 에너지 가격을 모두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전기요금을 올리는 등 일정 정도의 비용 지출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