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투표 당일 수업 ‘투표권 침해’ 논란…대학 ”휴강, 의무는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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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 최종 모의시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대학교와 고교 등에서 대통령 선거투표일(9일)에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투표권 침해’라는 주장과 함께 ‘젊은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8일 일부 소셜 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학교는 왜 대선 날에 안 쉬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습(자율학습)을 한다” “휴강도 안 하는데 투표도 하고 일도 해야 돼서 더 바쁠 예정”이라는 등 대선 당일 수업으로 투표에 불편을 겪게 됐다는 고3 유권자와 대학생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대선은 만 18세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로, 현재 고교 3학년인 유권자는 약 11만명이다.
 

휴강 원칙이지만…수업할지는 교수 재량

논란이 제기된 것은 대부분의 대학이 대통령 선거일에 휴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교수들이 재량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대학들은 대부분 학칙 등에 법정공휴일을 정기휴업일로 정해놓고 있다. 서강대와 건국대, 숙명여대 등은 그런 학칙 외에도 9일 휴강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별도로 공지했다. 다만 관례적으로 학칙상 공휴일에도 교수의 재량에 따라 수업이 허용되는 학교가 많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공휴일에도 수업이 가능하다고) 명시적으로 규정된 건 없다”면서도 “교수들의 자율성에 따라 강의 시간 등을 채우면 된다. 가급적 법정공휴일에는 휴강을 하고 보강 또는 대강을 실시하여 법정 수업시간을 충족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휴일이어도 학생들과 상호 합의를 하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서울 주요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새학기를 맞아 개강한 학생들이 대화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런 재량이 선거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학생이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를 하기 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학교에서 학생들의 동의를 구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강의 시간을 정하는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대선투표 당일이 법정공휴일이기 때문에 휴무해야 한다. 다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습 활동 등은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생들 “민주 시민 권한 행사 보장받아야”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의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이주원(25) 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대선 투표 당일만큼은 민주 시민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나 대학 본부가 재량권을 교수에게 줘 오히려 학생들이 문제 개선을 요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교육부나 대학 본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경희대 학생 A씨(24)는 “다른 공휴일은 쉬는 날이지만, 대선 투표일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날”이라며 “투표권 보장 차원에서 교수님들이 양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교수의 재량이라기보다 정치 성향에 따른 투표 방해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고려대 학생 B씨(25)는 “나중에 보강하느니 정해진 일정대로 수업하는 게 나을 수 있고 합의가 되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또 “잠깐이면 끝나는 투표를 이유로 휴강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투표 당일 대학의 휴강 여부가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 투표를 앞두고는 한 대학 총학생회가 ‘대선 투표 당일 수업을 하는 강의를 제보받는다’며 모니터링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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