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서 집계한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판매가격(소매가)은 1L에 1853.73원으로, 하루 전보다 25.39원 상승했다. 2014년 7월 이후 7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일 1800원 선을 넘어선 이후에도 휘발윳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도 유류세를 낮춰 전국 평균 휘발유가가 아직 1800원대다. 유류세를 낮추지 않았다면 이날 휘발유 가격은 2000원을 이미 돌파했다. 오피넷 자료를 토대로 모의 계산한 결과 유류세 20% 인하 효과(부가가치세 포함)를 뺀 원래 휘발유 소매가격은 8일 기준 L당 2018.14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 기록 ‘L당 2063원’ 경신 초읽기
위험 요인은 더 있다. 환율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럽 지정학적 위기,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위험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부각되며 원화가치가 빠르게 추락(원ㆍ달러 환율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날 오전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달러당 원화값은 1230원 선을 뚫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1년9개월 만의 일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러시아 원유수입 금지 등 서방 경제 제재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자 안전 선호 심리에 (달러화가) 강세”라고 분석했다.
유류세 더 낮춰도 유가 상승 못 막아
기획재정부 내부에선 다음 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160달러를 오가는 초고유가 상황이 되면 선제적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연장되는 5월 1일에 맞춰 유류세 인하율을 아예 30%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향후 국제 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민되는 부문은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더라도 유가가 더 올라버리면 소용이 없다는 점”이라며 “고유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자칫 수조원 세수만 날리고 실제 유류세 인하는 체감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통세에 따라붙는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유류세 관련 세수는 20조원 안팎에 이른다. 유가 급등세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날지 의문인 데다, 고유가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불투명하다. 재정 당국 입장에서 유류세 인하 폭 40%, 50% 확대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