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국장급 다섯 중 한 명이 여성
특히 과거 외교부의 여성 간부들이 개발협력이나 다자외교 분야에서 주로 임용됐던 것에 비해 최근의 여성 간부진은 양자외교와 경제·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란 게 특징이다.
이날 임명된 안세령 신임 국장은 2007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관련 실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다자통상협력과장, 북미유럽연합경제외교과장, 다자경제기구과장을 거쳤다. 경제ㆍ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고,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양자경제외교국의 이미연 국장은 FTA 정책기획과장, 다자통상협력과장,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 청와대 외신대변인 등을 지냈다. 외교부 내에서 최근 부쩍 중요성이 커지는 경제안보 분야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윤성미 의전기획관은 유엔 대표부 공사참사관과 유엔과장을 지냈다. 외교부의 첫 여성 의전기획관으로, 의전 업무에서 여성이 간부 직위를 맡은 것 자체도 윤 기획관이 처음이다.
안은주 부대변인은 주유엔 한국대표부 서기관,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공사참사관을 지냈으며 언론담당관을 거쳤다.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수재다.
강주연 국장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 재건 업무를 거쳐 유엔과장, 개발전략과장을 지냈다. 올 초 2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국제기구국장에 임명됐다.
정의혜 국장은 주벨기에 대사관 참사관, 아세안협력과장 등을 거쳤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통역관으로 활약하며, 영어 실력은 물론 순발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장급은 절반 가까이 여성
비율을 따져보면 실장급은 20%, 국장급은 20.5%, 심의관급은 33.3%, 과장급은 45.3%이다. 연차가 낮을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외교관 임용 때부터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 건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신입 외교관 후보자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은 지난 2016년 70.7%를 시작으로 2019년 한 차례(48.8%)를 제외하곤 매년 과반이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전체 최종 합격자 41명 중 63.4%인 26명이 여성이었다.
다만 전체 외교관으로 놓고 보면 여성의 비율은 38.8%다. (1월 현재, 2127명 중 827명)
'여성 고위직 진출' 리더십 독려도
이후 과장급 이상 여성의 비율은 매해 말 기준으로 2017년 9.1%(612명 중 56명) → 2018년 11.5%(647명 중 75명) → 2019년 14.5%(645명 중 94명) → 2020년에는 16.4%(651명 중 107명) → 2021년 16.5%(665명 중 110명)로 꾸준히 늘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두 달 여 남긴 가운데 공약했던 '임기 내 20% 달성'은 사실상 실패하게 됐지만, 외교부 본부로 한정하더라도 고위 간부 중 여성 비율이 20%대를 기록하게 된 건 의미가 크다. 이를 두고 여성 외교관들이 실력 면에서 두각을 드러낼 뿐 아니라 외교부 리더십 차원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의용 장관도 능력을 기반으로 여성 외교관을 핵심 보직에 기용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 국제행사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열렸는데, 서은지 기획단장(현 주시애틀총영사)이 실무를 총괄했다. 외교부에서 이런 대규모 행사의 준비 총괄을 여성이 맡은 건 처음이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마침 오늘(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외교부 본부 실ㆍ국장급 간부 중 여성 비율이 전체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난 건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부터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다자 외교나 국제기구, 개발 분야를 넘어, 최근에는 북핵, 경제안보 및 각 지역국 등 다양한 영역에도 고위직 여성 간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기능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여성 외교관이 능력에 따라 골고루 기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