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귀재’ 상메이그룹(上美集團·CHICMAX)이 홍콩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상메이그룹은 홍콩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이번 증시 입성에 성공한다면 상메이그룹은 올들어 홍콩증시에 상장한 첫 번째 화장품 기업이 되는 셈이다.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제품 출시… 中 대표 '화장품 왕국' 꿈꾸는 상메이그룹
2003년 출범한 한수는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25~40세 여성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 기준 한수의 매출액(소매판매액 기준)은 29억 위안(5430억 8300만 원)이다. 상메이그룹 중 두 번째로 잘 나가는 이예쯔는 18~3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연주의 브랜드로 2020년 매출은 22억 위안(4119억 2800만 원)을 넘어섰다. 2015년 탄생한 훙써샤오샹은 베이비케어 브랜드로 2020년 매출은 15억 위안(2808억 6000만 원)을 넘는다.
이처럼 상메이그룹은 회사 브랜드를 통해 스킨케어, 색조 화장품, 클렌징 제품, 베이비 케어 제품 등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약 20여 년간 아동, 여성, 성인 남성 등 다양한 대상을 타깃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해왔다. 동시에 헬스 앤 뷰티 스토어, 백화점, 온라인 스토어, SNS마켓 등 판매 채널 역시 다방면으로 확보하며 제품 홍보에 힘써왔다.
중저가 제품으로 3·4선 도시 ‘올킬’ 입소문 비법은...
이러한 이유로 일부 중국 토종 브랜드는 한국 브랜드나 일본 브랜드 분위기를 풍기는 명칭을 이용했다. 한수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한때 한수를 한국 브랜드로 착각하기도 했다.
한수는 중저가 상품으로 소도시 중심의 ‘직접 판매’에서부터 시작했다.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덕분에 한수는 2002~2005년 억대 매출을 이어올 수 있었다. 몸집을 키운 한수는 대도시를 공략하기 위해 백화점, 오프라인 헬스 앤 뷰티 스토어 등 유통 채널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소규모 브랜드였던 한수의 인지도는 1·2선 도시에서 여전히 낮았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던 한수는 2008년부터 TV 홈쇼핑으로 손을 뻗었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에 한수는 오프라인 스토어보다 홈쇼핑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수는 2010년 TV 홈쇼핑 업계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달성했다. 홈쇼핑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한수는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무사히 진출할 수 있었다.
‘마케팅의 귀재’, 위챗 등 SNS 마케팅도 활발
이처럼 위챗을 활용한 소셜커머스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시장 확대를 할 수 있었으나 사람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국내 뷰티 브랜드’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던 데에는 소도시에서의 홈쇼핑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후 이예쯔와 훙써샤오샹 등 브랜드를 선보이며 제품 라인도 확대해나갔다. 이어 각 브랜드 타깃에 맞는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며 ‘믿을만한 국내 토종 뷰티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상메이그룹의 제품은 TV 방송에도 자주 노출됐다. 특히 2015년 강소위성(江蘇衛視)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두근두근 스위치(非誠勿擾)〉에 5억 위안(937억 7500만 원)을 투자해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15억 위안(2813억 7000만 원)을 투자한 덕분에 각종 인기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한수, 이예쯔 등 다양한 상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상메이그룹의 마케팅은 제대로 먹혔다. 2021년 1~11월 더우인에서 한수의 총 상품 판매액은 약 8억 2000만 위안(1536억 5160만 원)이다. 더우인 판매액 기준 TOP10에 속하는 수준이다. 여느 기업보다 발 빠르게 리자치(薇婭), 웨이야(李佳琦) 등 업계 최고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라이브 커머스를 시행한 결과였다.
거침없는 광고비 투자 이면에 숨겨진 ‘불안’, 왜?
중국 토종 경쟁사들의 잇따른 증시 상장도 상메이그룹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상메이그룹과 함께 2020년을 뜨겁게 달군 중국 토종 뷰티 브랜드 프로야(PROYA·珀萊雅, 2006년 설립), 마루비(MARUBI·汍美股份, 2019년 설립), 라팡(Lafang·拉芳傢化, 2004년 설립) 등은 이미 중국 본토 증시에 안착했다. 상메이그룹이 2018년 증시 입성에서 미끄러진 후 2022년 재도전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 트렌드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로의 전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수’를 대표로 하는 상메이그룹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챗커머스 브랜드’란 이미지가 강력하다. 이는 샤오훙수(小紅書)나 더우인에서 흥행한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記)나 화시쯔(花西子)보다 훨씬 저렴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효능을 앞세운 고급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가성비로 승부수를 띄웠던 상메이그룹 산하 브랜드의 마케팅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 통하게 된 중국 시장에서 상메이그룹이 무사히 홍콩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