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6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기존의 B3에서 Ca로 네단계 하향했다. 디폴트(국가 부도) 직전 등급으로 대폭 추가 강등한 것이다. 무디스는 지난 3일 러시아 신용등급을 Baa3에서 B3으로 6단계 하향한지 3일만에 다시 낮췄다. 앞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 등도 디폴트가 우려된다며 러시아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사실 러시아의 가장 ‘든든한 구석’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이다. 러시아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은 12.2%(2015년 4분기)에서 21.7%(2021년 2분기)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국제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러시아는 2298.5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금은 경제 제재로부터 자유롭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보유한 금을 모두 자국 영토 안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KOTRA 지역연구실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겪으면서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모두 자국 영토 내에 보관하도록 법을 개정해 해외 자산동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대비에도 서방의 제재안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러시아 주요 은행의 SWIFT 퇴출로, 국제 무역과 금융결제에 접근할 길이 막힌 데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의 3분의 2가량인 4000억 달러도 묶이며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전방위적인 제재에 러시아 루블화 값이 급락하고 ‘뱅크런(대규모 현금인출)’이 본격화하며 달러와 현금은 말라가고 있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지난달 28일 국외 외화 송금을 금지하고, 무역업체들의 외화 수입 80%를 의무 매각하는 특별 경제조치 대통령령도 발령했다.
박지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외화 송금 금지는 2015년 서방의 경제 제재 때도 꺼내지 않았던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그만큼 경제 제재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대립이 장기화하면 유럽 각국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조원호 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유럽과 러시아 중 누가 먼저 죽느냐의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며 “특히 러시아중앙은행의 고금리 통화정책과 외화 송금 금지 등의 조치가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경제에 큰 무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에너지 분야까지 제재가 확대되면 러시아에 의존하는 일부 동유럽 국가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