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900명 육박, 절반 넘게 찬 병상…'병상 대란' 조짐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06 18:25

수정 2022.03.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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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만명 이상 쏟아지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900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환자까지 늘고 있다. 호흡기 증상 자체는 경미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로 분류되진 않지만 원래 앓던 기저질환이 악화한 코로나19 감염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비(非) 호흡기 중환자'로 이들 역시 격리된 코로나19 중환자실을 쓰고 있다. 정부는 향후 위중증 환자가 최대 2500명까지 늘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런 비(非) 호흡기 중환자 발생까지 고려하면 준비된 병상이 예상보다 빨리 들어차면서 의료체계가 한계에 부닥칠 수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4만3천628명으로 사흘째 20만명 선을 넘었다. 중환자는 885명으로 전날(896명)에 이어 이틀째 8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이보다 훨씬 많이 차 있다. 6일 기준 1550개 쓰고 있어 총 병상의 절반 이상(56.4%)이 가동 중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중환자보다 665명 많은 이들이 중환자 병상에 입원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중증 병상 중 일부는 기저질환으로 인해 집중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오산시 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위중증 환자는 고유량 산소요법이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호흡기 증상이 심한 이들이다. 그런데 호흡기 증상은 다소 약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돼 원래 앓던 뇌졸중, 협심증, 당뇨병, 신장병 등 비호흡기 질환이 악화한 환자들도 코로나19 중환자용 격리 병상을 쓰고 있다. 기저질환 악화 환자는 지난 1일 597명에서 665명으로 11.4% 늘었다. 
 

지난해 12월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한 환자의 병상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호흡기 악화가 아니라 원래 있던 지병이 악화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오미크론에 가볍게 걸린 상태에서 뇌졸중 등 기타 중증질환이 일어나는 경우 독립적인 구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사망으로 가는 건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와 혈액이나 전신에 퍼져 심장, 간, 뇌, 신경계 등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며 “기저질환 악화 역시 결국은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위중증 환자에는 낮은 농도로 산소를 흡입하는 중환자 수 등은 집계가 안 되는데, 이 통계보다 실제 중환자 병상에 입원한 환자 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발표하는 위중증 환자 대비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는 지난해 12월 델타 유행 때의 최고치(1151명)에 못 미친다. 반면 최근 일주일(2월 28~6일) 사망자는 1013명으로 당시의 두배 수준이다. 중환자 집계와 달리 사망자 집계에는 모든 코로나 19 감염자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델타 유행 때까지는 사망자 대부분이 코로나19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었는데 오미크론은 조금 다르다”며 “워낙 유행 규모가 크다 보니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더라도 우연히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고, 코로나19 감염으로 다른 질환을 충분히 치료받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death due to Covid19)이라기보다 코로나19를 동반한 사망(death with Covid19)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를 이렇게 두 종류로 분류하는 영국의 경우 델타가 한창 유행할 지난해 10월 사망자 85% 가량의 직접 사인이 코로나19였지만, 오미크론이 유행한 올 1월 이 비율은 65%까지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병상 가동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제는 오미크론 정점을 아직 남겨둔 상황에서 비호흡기 중환자까지 늘 경우 '병상 대란' 재발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중환자 정부는 향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최대 2500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며, 현재 준비된 병상 수(2740여개)로 감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비호흡기 중환자까지 고려하면 그리 만만히 볼 상황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현장에선 “지금도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급 중증 병상은 거의 소진돼 델타 유행 때처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할 시기”(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 환자용 병상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의료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원내 입원 환자 중 무증상, 경증인 코로나19 환자는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상서 치료할 수 있게 한 서울대병원 같은 사례가 늘면 병상을 효율화해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병상 대란' 이 현실화할 경우 코로나19 환자도 격리 병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도 "전통적으로 중환자실에 갈 정도로 심한 상태가 아닌 환자 중에도 격리를 이유로 중증 병상에 입원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일반 환자와 동선을 분리하는 등 감염을 관리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때문에 당장은 전체 유행 규모를 관리하는 노력을 통해 의료체계에 주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