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법알 사건번호 9] 혼인 무효가 가능한지 좀 봐주세요
저는 40대 후반 남자고요.
얼마 전에 주선업체를 통해 만난 20대 후반 베트남 여자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부모님이랑 형이랑 같이 살았는데요.
외국인 등록증을 받더니 여권이랑 짐을 다 챙겨서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어딨는지 찾으려고 전화‧문자 보냈는데 다 안 받고요.
연락이 싹 두절됐습니다. 너무 속상합니다.
(※판결 및 포털사이트 국제 결혼 카페 등에 게재된 다수의 사연을 재구성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관련 법률은
혼인 무효 판결은 혼인관계등록부에 혼인 경력이 없어지게 되므로(말소) 배우자에 대한 상속 문제도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된다는 점이 이혼 등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결혼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에서 인정돼왔습니다.
법조계 판단은?
이에 따라 한쪽만 참다운 부부관계를 바라고 다른 한쪽은 그러한 의사가 결여됐다면, 혼인신고로 법률상 ‘부부’를 설정할 의사는 있었다 하더라도 그 혼인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혼인 무효 재판에서는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로서의 외관만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혼인 이후에 혼인관계를 포기하게 된 것인지’가 쟁점이 되곤 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배우자가 단기간에 가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2019므11584)가 확립됐습니다. 결혼 전에는 ‘진정한 혼인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서로 간의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인 부적응,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결혼 뒤에 결혼을 지속할 의사가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위의 사건에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남편의 주장을 받아들여 혼인 무효라고 했던 1·2심의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 들어온 뒤 시부모와 남편의 형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데 생활비가 부족해 남편과 갈등이 생겼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서 결혼했는데, 결혼 뒤 생긴 장벽으로 결혼 생활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혼인 합의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법알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