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강력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0.25%포인트를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파월은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한 시장의 관심은 인상의 폭에 쏠려 있었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냐 빅스텝(0.50%포인트)이냐를 둘러싼 전망과 예상이 이어졌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보폭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이날 파월의 발언은 이번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ed의 급격한 긴축이라는 걱정을 덜어낸 시장은 안도했다. 다우존스(1.79%)와 S&P500(1.86%), 나스닥(1.62%) 등 뉴욕 3대 시장 지수가 모두 올랐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1.61% 오른 2747.08에 마감했고, 코스닥도 1.88% 상승하며 900선을 탈환했다.
하지만 ‘불안한 안도’다. Fed가 언제든 마음을 바꿔먹을 수 있어서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등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Fed의 골칫거리인 물가는 이런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경제 활동이 완만한(modest) 속도에서 보통(moderate)의 속도로 확장했다”며 경기 전망을 높여 잡았다. 물가 때문에 금리를 높여야 할 때 경기 둔화 우려로 결정을 망설일 수 있지만 이런 장애물을 일단 제거한 것이다.
이에 따라 Fed의 향후 행보를 좌우할 요인은 물가가 될 전망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금리를 더 올리는 등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에는 보폭을 줄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올여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만약 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국제유가 110달러 돌파와 맞물려 금리 인상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미국의 CPI(전년 동기 대비)는 7.5%까지 치솟았다. 1980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CPI의 선행지표인 미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전년동기대비)도 9.7%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될 2월 CPI가 1월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일 급등세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 오른 배럴당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13.02% 오른 배럴당 113.98달러까지 상승했다.
파월 의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이 Fed를 다시 비둘기로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어림없는 생각”이라며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 급등하고 있어 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