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잘 타는 사람이, 골프도 잘 치더라

중앙일보

입력 2022.03.04 00:03

수정 2022.03.04 10:2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부산외대 사회체육과 김창욱(52) 교수는 20여 년간 골프 지도자로 일했다. 박유나, 김보경, 신유진 등 KLPGA 투어의 프로골퍼를 가르쳤다.
 
김 교수에게 골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들의 실력이 쉽게 늘지 않아 고민했다. 그가 내린 처방은 ‘회전’이었다.  김 교수는 “회전을 잘하는 사람이 골프를 잘 치더라. 좋은 자세를 만들었더라도 회전을 잘 못 하면 자세가 다 망가진다. 회전을 잘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찰리 채플린

‘회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인간은 회전 동작에 익숙하지 않다. 회전의 개념을 알았다 해도 연습장에서 클럽만 휘두르고 있으면 손과 팔 동작에 매몰돼 회전을 잊게 된다.
 
그래서 김 교수는 회전이 많은 춤과 스윙을 연결해 배우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춤은 그 자체로도 운동이 되지만, 다른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리듬감이 좋은 사람은 골프는 물론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


춤을 추면 손과 눈의 협응력이 높아지는 등 정밀하게 몸을 제어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춤을 추면 유연성과 운동성, 지구력은 물론 경쟁심도 좋아진다고 한다.
 
김 교수는 “운동은 본능적으로 배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배우면 문제가 생긴다. 창던지기 선수가 분석에 따라 ‘38도 각도로 창을 던져야 한다’ 는 조언을 받으면 그 생각 때문에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지 못하고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만병통치약 같은 신기의 동작을 배웠는데, 며칠 새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 김 교수는 “그래서 골프는 다른 스포츠보다 본능이 더 중요하다. 춤 같은 반복 동작을 통해 스윙이 뇌 신경에 입력되면 골프 클럽을 쥘 때마다 자동으로 스윙이 나온다”고 말했다.
 
스윙 연습은 재미가 없다. 그는 “골프 스윙은 매우 역동적이고 빠른 운동임에도 정적이고 동작을 반복한다. 지루한 반복 동작을 없애기 위해 음악과 춤으로 골프를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춤으로 골프를 배운다는 생각이 처음은 아니다. 유명한 골프교습가인 클로드 하먼 등은 골프를 댄스의 리듬과 연결하려 했다. 골프를 좋아했던 배우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 ‘유한계급’에서 회전을 하고, 공을 치는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 대구시립무용단 안무장을 지낸 장이숙 씨와 함께 골프 스윙 춤동작을 만들었다. 장이숙씨는 이 춤에 관한 논문으로 대구가톨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골프 회전을 위한 기본 동작부터, 클럽을 들고 춤을 추는 동작, 여러 동작을 연결해서 만든 에어로빅 형식의 역동적인 춤 등이다.
 
김 교수는 “스윙과 관련한 질병 12가지가 있다. 스웨이, 치킨 윙, 플라잉 엘보, 리버스 피벗 등인데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춤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플라잉 엘보의 경우 훌라후프 춤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판을 밟고 회전을 연습하는 기구도 개발했다. 노인 재활운동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특허까지 냈다. 또 골프 동작에 관한 국가 과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춤으로 배우는 골프 연습장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욱(오른쪽) 부산외대 교수가 댄스를 통한 체중이동과 회전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