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두 후보는 2일 마지막 대선 TV 토론회가 끝난 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장 의원 매형 집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약 2시간 30분간 회동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장 의원의 매형은 안 후보와도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는 두 후보뿐 아니라 장 의원과 이 의원도 배석했다. 국정 운영과 정치 철학에 대한 생각 등을 공유한 뒤 안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해 윤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후보의 회동이 끝난 뒤에도 두 의원이 남아 합의문 세부 문구 등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날 오전 안 후보가 마지막으로 문구를 다듬었고, 윤 후보가 최종 합의문을 확인한 뒤 “좋다. 이대로 하자”고 동의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당 관계자들에게 회동 직후인 새벽 3시쯤 단일화 결심을 문자로 보내기도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단일화 협상은 2일부터 급박하게 돌아갔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TV토론이 시작된 이후인 오후 9시쯤 미리 서울 모처에서 만나 후보 간 회동을 추진했다고 한다.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의원이 사전 투표 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과 공감대로 후보 간 회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토론이 끝난 후 각 후보에게 회동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장 의원은 윤 후보가 토론 후 촬영차 이동했던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를 찾아 회동 계획을 전달했고, 이 의원도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 후보에게 윤 후보와 만날 것을 설득했다. 윤 후보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안 후보와 연락이 닿았다. 안 후보가 촬영 일정을 기다려줘서 늦게라도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가 성사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두 의원은 지난 2월부터 물밑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13일 안 후보가 국민경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뒤, 20일에는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하는 등 위기가 찾아왔다. 특히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무산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협상 일지’를 공개하자 이 의원은 “수사기관의 허위조서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후에도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오해를 푸는 등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휴일인 3·1절에는 이 의원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해 윤 후보 측과 협상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두 의원은 2일 밤 두 후보의 회동 자리에서도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두 후보 사이에 쌓인 오해와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오전 8시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를 전격 선언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 정권 교체, 즉 ‘더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정권 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