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늑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탑 건’(Top Gun, 최우수 조종사) 올렉산드르 옥산첸코(54) 대령이 러시아 전투기와의 공중전 중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군이 밝혔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인 올렉산드르 옥산첸코 대령이 공중전에서 별세했다”며 “그는 (작전 중) 적의 항공기를 우회시켰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옥산첸코 대령을 포함해 군인 12명에게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수도 키이우(키예프)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맞붙었다. 하지만 적기를 우크라이나 군대로부터 유인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 S-400 대공 방어 시스템에 격추됐다. 일부 항공 전문 매체들은 그가 키이우 외곽의 호스토멜 공항을 사수하려다 사망했다고 전했다.
2000시간 이상의 비행 기록을 보유한 옥산첸코 대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전투기 수호이(Su)-27 플랭커급 조종사로, 2018년 은퇴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는 곧 복귀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전역한 기장부터 장성까지, 수십 명의 숙련된 파일럿이 공군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알렸는데, 옥산첸코 대령도 이렇게 복귀한 베테랑 파일럿이었다.
그가 생전 비행 기술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옥산첸코 대령은 최고 수준의 곡예 기술을 가진 에어쇼 곡예비행사로도 유럽 내에서 유명했다. 그는 슬로바키아 국제 에어 페스트, 체코 국제 에어 페스트, 영국 군사 에어쇼 RIAT(Royal International Air Tattoo) 등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RIAT는 매년 7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군사 에어쇼로 15만명 정도가 모여 곡예비행을 지켜본다.
옥산첸코 대령은 2017년 RIAT에 831 항공전술여단 대표로 참석해 최고 종합 비행 시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럽에어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너무나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라며 “‘회색 늑대’ 옥산첸코 대령은 에어쇼의 일원일뿐 아니라 굉장한 팬이기도 했다”고 애도했다.
루카스 코호르나라는 아이디의 체코인은 하늘을 가르는 그의 수호이-27 사진을 공유하며 “나는 운이 좋게도 체코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에서 그의 곡예비행을 볼 기회를 가졌다”며 “놀라운 파일럿이다. 그는 기억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자신을 비행기 조종사 서튼이라고 표현한 한 네티즌도 “2017년 RIAT에서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며 “놀라웠다, 그는 레전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