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4년여 만에 초강세
전쟁 공포 속 달러값이 뛰며 주요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한국시간 3시30분) 97.48로 연초(96.213)보다 1.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러시아 루블화는 연초보다 35% 넘게 하락해(환율 상승) 달러당 100~110루블 사이에서 거래 중이다.
“CIPS가 SWIFT의 대안”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러시아가 달러 결제망(SWIFT) 대안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IPS가 SWIFT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SWIFT 우회선으로 CIPS를 통하면 무역 손실의 50%가량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청완도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금융제재가) 러시아에 위안화 같은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 위안화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CPIS는 2015년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만든 국제 위안화 결제·청산시스템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103개국 1280개 은행이 참여했다. 200여개 국 1만1164개 금융사를 연결하는 SWIFT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거래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거래 건수는 268만 건(64조 위안)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외화보유액 중 달러 비중 20% 이하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러시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16.4%)은 20% 미만으로 줄었다. 2년 전(25.7%)보다 9.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13.1%로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
최근 전 세계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몸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SWIFT에 따르면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로 일본 엔화(2.58%)를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위안화가 엔화 순위를 앞지른 것은 2015년 8월 이후 처음이다. 1위는 미국 달러(40.51%)고, 뒤를 이어 유로(36.65%), 영국 파운드(5.89%) 순이다.
상당수 국내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위안화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강력한 금융제재에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는 더 커질 수 있다”며 “더욱이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물가 오름) 방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위안화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위원도 “러시아가 SWIFT 대신 위안화 결제망을 활용하게 되면 위안화 수요가 늘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