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상 간첩,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금품수수, 편의제공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모(58)·윤모(51)·손모(48)씨는 지난 1월 4일 재판부인 청주지법 제11형사부 판사 3명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형사소송법 18조에 따르면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2017년부터 북한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고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이는 한편 ▶북한 당국과 지령문·보고문 등을 주고받으며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포섭하려 하고 ▶민중당(현 진보당) 권리당원 명부를 수집하거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면담하는 등 국내정세를 파악해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사건”이라며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같은 법관 기피신청은 지난 1월 20일 청주지법 제10형사부의 결정으로 기각됐다. 충북동지회 측은 이튿날인 21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지만, 항고심을 맡은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도 지난달 1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는 “법관 기피신청의 사유가 되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는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아니라,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라며 “공평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충북동지회 측이 재차 불복해 지난달 18일 재항고장을 제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법관 기피신청 재판이 길어지면서 본안 사건 재판은 완전히 멈춘 상태다. 이들을 기소한 청주지검 형사3부(부장 박기태)는 지난달 23일 재판부에 공판을 재개하고 집중 심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피 신청이 있더라도 급속을 요하는 경우 재판부는 소송 진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냈고 ▶지난달 21일 자로 실시된 법관 정기 인사에 따라 제11형사부 소속 판사가 모두 바뀌어(부장 이진용→부장 김승주) 기피신청의 실익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일한 불구속 피고인인 손씨는 최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는 사건이 빨리 정리되는 걸 원하지, 재판 지연은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석방이 되더라도 국정원이 24시간 감시할 텐데 무슨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이미 증거를 7만쪽이나 제출했는데 어떤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주지검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면서 향후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