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보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행동이었다. 도네츠크 지역은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자인 올레그 차레프가 통치 중이었고, 주민들은 피신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네트렙코는 노보로시야(Novorossiya), 즉 블라디미르 푸틴의 ‘새로운 러시아’ 깃발을 차레프와 함께 들고 사진을 찍었다. AFP·가디언 등은 네트렙코의 기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어내며 비판했다.
몇몇 러시아 음악인들은 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도 베를린필을 통해 “푸틴의 흉악한 공격은 세계 평화 전체에 대한 야비한 칼날”이라고 했다.
안나 네트렙코도 움직였다. 덴마크에서 오페라 공연이 취소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성명이다. “전쟁에 반대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고국을 공개 비판하는 일도 옳지 않다.” 다소 석연치 않은 입장문이고 여론은 여전히 매섭다.
8년 전 과감한 행동 뒤에도 별 탈이 없었던 네트렙코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성악가는 정치인이 아니고, 지휘자가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명확한 태도를 기대한다. 책임을 질만큼 혜택을 그동안 누려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SNS 등으로 모두의 ‘입장 표명’이 아주 쉬워졌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평화와 안전이 모두에게 더욱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게르기예프의 카네기홀 취소를 전하며 표현했듯,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the whole world has chang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