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여의도 안팎에서 논의되는 정치개혁안을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다. 이들 방안 중 하나라도 이행한다면 ‘4류’ 소리까지 듣는 한국 정치가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향해 선뜻 박수 치기는 어렵다. 정치적으로 급조된 게 보여 진정성에 의심을 사고 있어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내비치지 않다가 대선에 임박해 정권교체 여론이 강고하자 정치교체론을 들고 나왔고, 그 일환으로 정치개혁 방안을 내밀었다. 또 지난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과연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가, 그게 키(열쇠)”(안철수 후보), “의지를 빠른 시간 내 보여주셔야 진정성이 입증될 수 있다”(심상정 후보)고 하자 부랴부랴 당론으로 채택했다.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를 위해선 지지자뿐 아니라 반대자도 논의 과정에 참여시켜 최대한 동의의 기반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의원 결의문을 통해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를 거명하면서 “함께하자”고 했다. 사실상 선거용 쇼란 고백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과거 전력도 불신을 더한다. 2020년 총선 직전에도 게임의 룰(군소 정당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를 강하게 비난하더니 한술 더 떠 위성정당을 하나(더불어시민당)도 아닌 둘(열린민주당)을 급조했었다. 지난해 6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땐 무공천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후보를 냈다. 지난달 송영길 대표가 윤미향·이상직 의원 제명안 신속 처리 등을 공언했지만 두 의원은 여전히 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 국회 전체 295석 중 172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자력으로 얼마든 처리 가능한데도 말이다.
민주당은 이번엔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눈앞의 유불리에 당의 헌법(당헌)도 걷어차고 허언(虛言)을 이어온 걸 목격한 유권자들이 쉽사리 설득될 리 없다.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다. 지속적인 실천 외엔 진정성을 입증할 길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