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관 부부와 세 딸 등·초본…23일 기자회견 해명과 일치
조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씨와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지난해 2월 4일 나눈 대화 녹취록에 등장한다. 김씨는 이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에게 "수원 ○○(…) ○○○호, 여기는 조재연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 응?"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그게 그거야"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0월엔 별도로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명의로 2019년 매입한 60억원대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언급된 대법관의 성(姓) 때문에 조 대법관이 의심을 받았다.
조 대법관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김만배는 물론 대장동 그 누구와도 일면식·일통화도 없다"며 세 딸이 김씨가 언급한 곳에 산 적이 없다고 했다. 조 대법관은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둘째 딸)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서 그 이래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 하나(첫째 딸)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서 (용인시) 죽전에 살고 있다"며 "막내딸 하나는 현재까지도 저와 함께 (30년째 같은 거주지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명은 시댁에서 미혼 시아주버니와 등본상 거주…"해외 취업"
첫째 딸 부부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말 태어난 자녀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등본상에 남편의 형제도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거주 형태가 아니냐는 질의에 조 대법관은 중앙일보 취재진과 통화에서 "첫째 사위의 형이 미혼이고 해외에 있어 주민등록은 그대로 둔 것"이라며 "첫째 딸 부부는 결혼한 이후 사돈댁에서 거주했다"고 말했다.
둘째 딸은 2016년 1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살다가 2018년 11월에는 서초동으로, 2021년 5월에는 용산구 한강로동으로 주거지 등록을 옮겼다. 조 대법관은 딸들의 해당 거주지의 관리비 납부내역서는 물론 남편이 외교관이 아닌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남편의 재직증명서까지 첨부했다. 조 대법관이 제공한 자료의 기록상 세 딸 모두 김씨가 언급한 수원이나 판교엔 거주한 흔적은 전혀 없다.
기자단은 조 대법관 가족의 거주 관계뿐만 아니라 대법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조재연 대법관 방문 목적'의 대법원 청사 출입 내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은수미 성남시장 사건 상고심 과정에서의 심의 내용 또는 회의록 ▶재판연구관의 검토보고서 및 내부 전자시스템 등록 여부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거주관계에 관한 소명자료가 아니거나 조재연 대법관 개인이 제출할 수 없는 서류는 (공개)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빙성 흔들리는 '녹취록'…"檢, 입증 부담 커져"
이와 관련해 조 대법관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하면서 '화천대유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됐다'며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면서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날 조 대법관이 '대장동 녹취록'의 신빙성을 흔드는 입증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녹취록을 기반을 둬 수사해 온 검찰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입증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