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영학 녹취록 견강부회 해석
검찰이 적극 수사해 진실 규명해야
최근 공개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일 김만배씨는 정씨에게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그분이 (일을)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 “그분 따님이 (빌라에) 살아. 응?”이라고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조 대법관을 언급하는 내용이 나온다. 여당은 ‘대장동 그분’이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는 증거라며 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김씨가 2019년 성남시에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샀고,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될 때 조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것은 맞다. 문제는 녹취록상의 발언 외에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안이 공론화된 만큼 검찰이 적극적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차례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녹취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내가 가진 카드 하나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녹취록 내용을 거론하며 공격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윤 후보는 “그 녹취록 끝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다음 날 야당은 “전후 문맥을 보면 ‘윤석열 죽어’는 ‘사법농단’ 수사 때문에 판사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뜻인데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왜곡했다”(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고 반박했다. 여당에선 ‘이재명 게이트’ 표현을 두고 “이 후보가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문·門)인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상황은 검찰의 한심한 수사 탓이 크다. 녹취록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런 중에 녹취록에 담긴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대장동 수사가, 대선판이, 나라 전체가 춤추는 볼썽사나운 모습에 국민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