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할리우드 인근의 소도시 샌 페르난도 밸리의 중학생 소년 개리(쿠퍼 호프만)가 학교 행사를 도우러 온 20대 누나 알라나(알라나 하임)에게 반해 첫사랑에 빠지는 얘기다. 할리우드의 영화 기술직들과 왕년의 스타, 지망생이 뒤섞여 살던 동네 분위기에 당대 유행가요, 핀볼장, 석유파동 등 복고풍 추억을 경쾌하게 버무렸다. ‘할리우드판 응답하라 1973’라 해도 좋을 정도다.
“18살 때부터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40년이 걸려서야 자신감을 갖고 흥분된 마음으로 그때를 돌아볼 수 있게 됐어요.”
- 역대 연출작 중 가장 ‘사랑스럽다’는 평가인데.
- “동의한다. 나이 들며 내가 부드러워졌을 수도 있지만, 알라나와 개리의 젊음 그 자체로 전염성이 강하다. 배우들의 연기에 배어난 활기, 즐거움에 관객이 반응하는 것 같다.”
- 전작 ‘팬텀 스레드’와 분위기가 딴판이다.
- “영화감독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웃음).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절대 예측할 수 없다. ‘팬텀 스레드’는 날카롭고 폐소공포증을 겪는 듯한 영화였고 이번에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보고 싶었다.”
이번 영화는 그가 살면서 겪은 여러 순간이 합쳐지며 출발했다. 극 중 한물간 아역 배우 출신의 주인공 개리는 1970년생인 앤더슨 감독에겐 형뻘이다. “실제 유년기 추억들이 자연스레 토대가 됐어요. 저한테는 형들이 많았고 어렸을 땐 늘 그들의 모험을 지켜보는 입장이었거든요. 이젠 다들 60~70대가 됐죠.”
여기에 20년 전 그가 동네 중학교에서 한 소년이 연상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것을 인상 깊게 본 일과, 절친한 할리우드 제작자 개리 고츠먼이 실제 10대 시절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직접 물침대 판매, 핀볼장 사업을 벌인 일화를 버무려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촬영을 마쳤다. 앤더슨 감독은 “운이 좋았다”면서 “팬데믹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즐겁고 다정한 영화여서 다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