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정치권을 거치면서 더 커졌다. 지난 21일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나온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대장동·화천대유와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다라는 게 확인이 돼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아무 근거 없이 '모든 자료가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했던 것에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며 조 대법관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튿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고회의에서 "법원행정처와 조재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적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공개 발언해 조 대법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조 대법관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조 대법관은 이 후보의 토론회 발언을 직접 읽으면서 "엊그제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공개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법관으로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미묘한 시기에 이러한 의혹보도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떳떳하게 국민들 앞에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게 옳으냐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다"며 "지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오늘 새벽에 저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궁금해하시는 것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자신이 언급된 대장동 녹취록 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는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며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김만배씨 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있다는 그 어느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라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씨와 간접적으로 마주친 적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언론 기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게 되면 그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 (명함이) 수십장 있다"며 "(그중에) 김만배씨 명함은 없다"고 말했다.
본인을 향한 정치권의 의혹 제기나 언론 보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법적 조치 의사도 밝혔다. 조 대법관은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서도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다른 일은 몰라도 저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검찰이 보셨을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란다"며 "논란을 종식시키는데 검찰도 일정한 부분 제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조재연 대법관, 김만배 '그분' 녹취록 반박 회견 일문일답(全文)
- 김만배씨를 만나거나 연락한 사실이 전혀 없느냐.
- 저는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습니다. 일면식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통화를 한 적도 없습니다. 김만배씨 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습니다.
- 딸들이 최근 2~3년 사이 어디에 거주했느냐.
-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하여 왔습니다.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해서 분가해서 그 이래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결혼해서 분가해서 죽전에 살고 있습니다. 막내딸 하나는 현재까지도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나 저의 가족이나 하다못해 제 친인척 중에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 입증 자료를 공개할 의사는. 법원행정처장 때 마주친 적도 없냐.
-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습니다. 하등 회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법원행정처장으로 저는 2019년 1월부터 21년 5월까지 2년4개월 근무했지만 그 당시에 김만배씨를 본 일이 없습니다. 언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으면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 그 수십장 가운데 김만배씨 명함은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다른 기자들과도 어떤 접촉이 없었습니다.
- 김만배씨와 성균관대 동문으로 법조 모임 등에서 마주쳤을 가능성은.
- 제 기억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싶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지연 혈연 학연에 대한 추측을 자제해야 될 줄로 믿습니다. 동문인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직접 얘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그분이 제 모교 출신이라고 언론에 나니까 그것을 사실로 믿고 동문인 것은 맞지만, 그런 연유로 해서 사석에서 만난 일이 없습니다.
- 검찰 수사가 진행됐는데 수사팀으로부터 해명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은.
- 제 기억으로는 대장동 사건이 고발에 의해서 검찰에 접수된 것이 제 기억으로는 2021년 9월 16일이었을 겁니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지금 반년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제가 검찰로부터 단 한번의 연락, 단 한번의 문의, 단 한번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습니다.
- 오늘 기자회견 개최를 김명수 대법원장 등 여타 대법관들과도 논의했나.
-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전적으로 대법관인 저 개인의 결정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렇기 때문에 공보관님만 배석했지, 법원행정처 어떤 분도 배석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저의 결정, 단독 결정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 의혹 제기 뒤 딸들과 소통하거나 확인한 일은 있는지.
- 당연히 제가 모르는 어떤 사실이 있을까 하고 저희 딸 셋에게 다 '판교 타운하우스에 대해서 알거나 무슨 얘기를 들었거나 그 근처 가본 일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혹이 아빠를 향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모두) 전혀 그런 사실 없고 사실 무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 김만배를 본 적도 없다면 왜 콕 집어 언급했다고 생각하나.
- 문제의 녹취록을 직접 보셨습니까? 제 이름 석자가 기재돼 있다는 게 아니고 녹취록에 그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분이라는 말 위에 누군가가 조재연 이렇게 가필을 한 것으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언론 관계자분이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녹취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명백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도 (딸이) 전혀 거주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 사이에 왜 이런 얘기를 나누었는지 거기에 대해선 저로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 녹취록 보도 언론에 손해배상이나 정정보도 청구 등 의향이 있는지.
-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사건에 관해서는 제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거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 언론과 정치권에서 추가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는데 향후 계획은.
- 현재로서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악의적인 허위 내용이 계속 보도가 되면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나쁜 기사가 올바른 기사를 밀어내게 됩니다. 그것은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고발을 받은 지가 벌써 반년이나 됩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다른 일은 몰라도 저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논란을 종식시키는데 검찰도 일정한 부분 제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재판거래 의혹 관련 대법원에서 검찰에 자료 협조 등 내부 논의가 있나.
- 그 부분은 검찰에서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걸 가지고 따로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