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이슈
문제는 IP가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플랫폼과 웹툰 작가가 맺는 계약 내용이 그만큼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시장의 계약 관행에 어둡고 협상력이 떨어지는 작가가 그만큼 밑지는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웹툰 시장 초기에는 작가와 플랫폼 간 1대 1 계약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분업·협업이 늘어나고 2차 저작물이 늘어나 계약 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최근에는 에이전시 혹은 콘텐트제작사(CP)로 불리는 ‘중간 회사’가 부상했다. 에이전시 등 중간 회사들은 웹툰의 핵심 요소인 그림·글(스토리) 이외에 주변 작업을 분담하거나 웹툰 플랫폼과 계약을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중간회사와의 계약 역시 작가들 입장에서는 자칫 함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웹툰 업계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달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창립자 한희성씨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는 상징적이다. 한씨는 2013년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연재한 B작가의 작품에 자신을 ‘글작가’로 표기하고 수익의 30%를 가져갔지만, 법원은 “한씨가 창작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동 저작권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9년 기소된 한씨는 법원이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그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가 최근 1000만원 판결을 받은 것이다.
웹툰작가노동조합 김동훈 위원장은 “웹툰 해외 판매를 위해 2019년 한 에이전시와 계약하려고 했으나 IP의 40%를 요구하는 데다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도 모두 갖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내밀어서 포기하고 돌아선 적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에이전시는 “다른 작가들도 모두 이렇게 한다”며 계약을 진행하려 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5일 웹툰 작가 4명, 플랫폼 관계자 2명, 법조계 1명, 학계 1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웹툰작가 상생협의체’를 발족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웹툰 플랫폼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문제가 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14개 웹툰 작가 단체가 협의체 참가 작가 선정을 두고 최근까지 의견이 엇갈리는 등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성주 변호사는 “플랫폼과 작가 간 불공정 거래는 사적 계약인 만큼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법률 용어가 낯선 작가들이 많고, 저작권 같은 핵심 용어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다른 경우 분쟁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반영해 계약 과정에서 꼭 챙겨야 할 내용을 알려주는 표준계약 해설서 등을 정부가 수시로 업데이트해 제공하는 것이 우선 시도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