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총리에서 내려오기 직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 사업을 서둘러 결정하고 퇴임 후에는 그 사업을 이끄는 러시아 기업의 이사가 됐다. 한국에서는 다른 직업에서 경험과 인맥 등을 쌓고 그걸 기반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가 흔한 반면, 서구에서는 정치인을 하다가 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의장을 역임한 폴 라이언은 정치에서 물러난 직후 폭스 코퍼레이션의 이사장에 취임한 게 대표적이다. 정치인이 기업의 로비스트가 돼 옛 동료를 상대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국에서는 부총리를 지낸 닉 클레그가 2018년 미국의 페이스북(현 ‘메타’)의 임원으로 취직했다. 정책총괄 이사였지만 정부를 상대로 하는 로비를 담당했다. 그리고 메타는 최근 그를 글로벌 정책 총괄로 승진시켰다. 지난 몇 년간 청문회 등으로 워싱턴에 불려 다닌 CEO 마크 저커버그가 정부를 상대하는 골치 아픈 업무를 클레그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출신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일은 흔해도 유명 정치인이 기업에 취직해서 로비하는 일은 드문 한국에서는 경계해야 할 트렌드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