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여자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낸 이유는.
- “예나 지금이나 레고를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고객이 늘면 당연히 고객이 ‘더 좋아할 만한’ 제품을 고민해야 한다. 레고 프렌즈는 ‘여아용 레고’가 아니라 ‘여아들이 좋아하는 레고’다.”
- 여자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나.
- “4년 동안 전 세계 여자아이들과 엄마 1000여명을 대상으로 놀이문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소녀들은 친구 관계, 그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알록달록한 색상과 집에 있는 찻잔·문틀·화분과 같은 정교한 장난감을 좋아했다.”
- 아직도 놀이에 남녀구분이 있을까.
- “아이들은 고정관념이 없는데 부모들이 문제다. 지난해 세계 7개국 부모와 6~14세 아동 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부모들은 여전히 아들에겐 신체를 움직이거나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활동을 추천하고, 딸은 패션·제빵제과·예술 분야 활동을 하길 원했다.”
- 한국은 어떤가.
- “한국은 젠더 차이를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2020년 조사결과 한국 아이 2명 중 1명은 ‘다른 성별의 장난감을 갖고 놀면 놀림당한다’고 답했다. 어린이 40%가 남들의 평가가 두려워 자기 생각을 말하기 망설여진다고 했다. 부모들이 자랄 때 겪은 사회적 분위기가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레고그룹은 2018년부터 격년으로 전 세계 부모와 아이, 성인 약 5만명을 대상으로 ‘플레이 웰 스터디(Play Well Study)’를 실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잘 놀기’위한 연구인데 레고란 이름도 덴마크어로 ‘Leg Godt(play well)’에서 따왔다.
- 결국 부모들이 아들·딸 놀이를 구분한단 얘긴데.
- “대신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일례로 한국 부모의 과반수(62%)가 젠더 포용적이라고 생각되는 장난감만 사주겠다고 답해, 세계 평균(55%)보다 훨씬 높았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줄지 고민하는 부모도 58%로 세계 1위였다.”
-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 “팬데믹(코로나19)을 기점으로 놀이의 힘, 놀이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단적으로 한국 부모의 절반(50%)이 ‘아이의 미래에 공부보다 놀이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아이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노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물리적으로 더 많이 놀기를 원했다.”
- 놀이가 왜 중요한가.
-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전 세계 부모들이 자녀가 가졌으면 하는 3가지 역량은 ▶창의적 자신감 ▶회복력 ▶소통능력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는 의욕,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용기, 내 의견을 전달하고 남을 이해하는 능력은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놀이 과정을 통해 기를 수 있다.”
- 10년이 지났으니 제품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 아이들은 자기 삶을 바탕으로 한 역할 놀이를 매우 좋아한다. 이 점을 고려해 앞으로도 실제 세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하려 한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나무 심기 차량, 풍력 터빈으로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휠체어를 탄 캐릭터 등과 같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세상,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를 제품에 자연스럽게 반영할 계획이다. 또 10주년을 맞아 또 다른 개성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도 곧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