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배달부가 흔히 처하는 난경(어려운 처지)에 대한 진술이다. 주문받고 달려가면 면발이 불어버리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주문 전에, 주문도 없이 출발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시련이 짜장면 배달부만의 것인가. 우리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언제나 서두르고 뭔가를 기다리지만, 되는 일은 없는. 그래서 서성일 수밖에 없는.
1955년생. 30대 중반인 90년 등단. 30년 넘게 시에 매달렸지만, 그렇다고 불꽃 같은 삶이었다는 표현은 어딘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김혜순·김영승·이수명 등 이날 모인 시인·평론가·유가족은 직진, 돌직구, 이런 어휘로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억했다. 시 쓰는 데서나 관계에 있어서나 에두르는 법이 없었다고들 했다.
신철규 시인이 대신 읽은 회고담에서 김승희 시인은 “최정례 시인이 ‘억울함 때문에 쓴다’고 말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시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자기 포장이 없었다는 얘기다. 오연경 평론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작시를 보내며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 의견을 구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그런 질문이 최정례의 시 세계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낭독한 시가 ‘입자들의 스타카토’. 이렇게 흐르는 시다.
“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 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 당신은 죽었는데 흐르고 있고/ 아직 삶이 있는 나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없는 걸까/ 무심한 격랑과 무차별 속으로/ 강물이 흘러간다.” 농담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