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우연론=이재명 캠프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이재명 부부 옆집 의혹’에 대해 “세상엔 별일 다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우연이라기엔 이상하다’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후보의 분당 아파트 옆집을 1년 6개월 전부터 임대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연일 “비선 캠프”(이양수 수석대변인)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 뒤 우 본부장에게서 돌아온 반문. “윤 후보 아버지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사준 건 뭐냐.”
2019년 4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는 윤 후보 아버지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매입했다. 당시 윤 후보 측은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그 연희동 주택 앞까지 찾아간 민주당 의원들은 “우연이라기엔 로또 당첨 급의 확률”(천준호 의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②정치보복=윤 후보가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 후보는 “정치보복 공언하는 대선 후보는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도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입장은 2017년 7월의 이 후보의 말과 닮았다. 이 후보는 당시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는 말을 남겼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비공개 문건을 연달아 공개한 것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하자 내놓은 반응이었다. 이 후보는 “홍 대표님, 제겐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③현실 감각=이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 4자 TV 토론에서 한 ‘김포 2~3억원 아파트’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토론 중 “김포에 20평 아파트 2억~3억원대가 가능하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김재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3일 “이 후보는 김포를 가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며 “‘남다른 현실감각의 소유자’인 이 후보는 김포 시민께 당장 사과하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몰아붙였다.
‘현실 감각’은 최근까지도 민주당이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던 단골 소재였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앱으로 구인·구직 정보를 얻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해 “구직 앱은 1990년대 말부터 사용됐다. 세상 물정을 좀 알라”(박주민 민주당 의원)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9일에도 “고등학교를 기술고ㆍ예술고ㆍ과학고 등으로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가 “1973년에 첫 등장한 특수목적고는 법제화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이 세월 동안 도대체 윤 후보는 어디에 있었느냐”(박찬대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고 얻어맞았다.
④호남 홀대론=윤 후보는 지난 12일 전북 전주에서 “호남은 특정 정당이 수십 년을 장악을 해오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왔는데 되는 게 한 가지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을 꺼내 들었다. 지난 16일에도 광주에서 “광주의 역내 GDP가 전국에서 꼴등”이라며 “수십 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들에게 한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호남 홀대론’을 이 후보가 꺼냈을 땐 국민의힘은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소외시켰다”며 호남 소외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과 보수 진영에 돌렸다.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호남의 합리적 유권자들께서 이 후보의 무책임한 지역갈등 조장 발언을 배척해 달라”며 “호남이 다시는 민주당의 가스라이팅 발언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썼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내로남불은 정치권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이런 게 계속 반복되면 대선 후에도 정치 집단에 대한 저조한 신뢰로 국정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