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 홈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집에서 생선회를 먹는 수요가 늘고 있다. 생선회는 전문음식점에서 먹는 외식 메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2년여 동안 외출이 쉽지 않아지고 대형마트 등에서 생선회를 손쉽게 살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마트 전체 생선회 매출은 전년보다 32.3% 늘었다.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지난 1월 생선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도 잘 팔린다. 지난해 연어회 매출은 전년보다 119% 증가했다.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연어회 매출(지난해 말 기준)은 전년보다 27.9% 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만 200억원어치가 넘게 팔렸다.
집에서 생선회를 먹는 수요가 늘어난 데는 외출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해양수산부 등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생선회를 횟집에서 먹는다는 응답이 75%였다. 코로나19 이후에는 51%가 집에서 먹는다고 답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칼로리 부담이 적고 색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생선회를 찾는 것도 이유다.
DIY부터 오마카세까지
이마트는 고객이 직접 원하는 두께와 형태로 회를 즐길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생선회’를 판매한다. 회나 초밥 등으로 가공한 형태가 아니라 덩어리 형태의 필렛(생선의 뼈 없는 조각)이다. 필렛 형태의 ‘DIY 연어회’는 2020년 전체 연어회 매출에서 비중이 3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80%로 성장했다. 김상민 이마트 생선회 바이어는 “자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손질해둬 집에서 회, 초밥, 회덮밥 등 원하는 메뉴에 맞게 자르면 된다”며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간편하고 다양한 생선회 요리법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도 인기 이유”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오마카세’(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맡기는 주문 방식)를 도입했다. 제타플렉스 잠실점에 있는 참치회 전문매장에선 요리사가 당일 가장 신선한 횟감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요리해준다. 예컨대 참다랑어 200g을 사면서 초밥, 회, 후토마끼(일본식 롤), 하꼬스시(누름 초밥) 같은 형태를 주문할 수 있다.
판매하는 제품도 다양해졌다. 고급 일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이마트는 북유럽식으로 연어를 숙성한 ‘그라브락스’, 참돔 껍질 회 등을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완도산 전복으로 만든 전복 초밥, 도미 껍질 회‧초밥, 성게알 초밥 등을 선보인다. 양승욱 롯데마트 수산팀 상품기획자(MD)는 “대형마트식 오마카세는 물론 클린룸을 조성해 안전하게 조리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어 신선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