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측, 단일화 여론조사 놓고 "李측 농간 부릴것"vs"확장성"

중앙일보

입력 2022.02.14 16:54

수정 2022.02.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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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다음 날인 14일, 양측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이 2~3일 안에 판단을 못 하면 단일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윤 후보 측의 빠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도 “우린 마지막 제안을 했다”고 거들었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같은 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훼방과 무도한 공작, 농간을 부릴지 상상하기도 힘들다”며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통 큰 단일화’란 안 후보가 자진 사퇴 방식으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뜻한다.
 
양측의 신경전을 두고 야권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은 최근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근거로 “민주당 지지층이 윤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 안 후보를 의도적으로 밀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안 후보 측은 “중도는 물론 진보층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안 후보의 확장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①단일화 시 尹·安 지지층 어디로

윤-안 단일화시 지지층 어디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양측은 특히 야권 단일화를 가정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위장 응답이 우려된다”(국민의힘 측),“안 후보의 확장성이 입증 됐다”(국민의당 측)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지지층의 대다수가 안 후보로 이동하지만, 윤 후보로 단일화할 때는 안 후보 지지층이 이 후보, 윤 후보 등으로 고르게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두고서다.


칸타코리아·서울경제가 8~9일 실시한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에서 윤 후보로 단일화 시 지지율은 윤석열 46.2%, 이재명 33.7%였고, 안 후보로 단일화 시 안철수 44.4%, 이재명 28.9%로 모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표심 이동을 보면 양 후보 지지층이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윤 후보로 단일화 시 안 후보 지지층은 28.6%가 이 후보, 25.4%가 윤 후보로 이동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도 16.8%가 이동했다.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때는 윤 후보 지지층의 69.3%가 안 후보로 이동했고 이 후보에겐 1.4%, 심 후보에게 1.5%만 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윤 후보 지지층은 정권 교체를 위해 결집한 지지층이지만, 안 후보 지지층 중에는 언제든 이 후보 쪽으로 갈 수 있는 유동층이 많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인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위장 응답’한 여당 지지층도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선 죽어도 윤 후보를 못 뽑겠다는 사람들도 이재명 대 안철수 대결에선 안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안 후보의 확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②여론조사 승부놓고 尹측 “왜곡” 安측 “상식”

윤안 단일화 승부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당이 합의했던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자는 안 후보의 제안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당시 여론조사 업체 두 곳이 100% 무선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각각 1600명(총 3200명)에게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를 한 뒤 이를 합산했고, 역선택 방지조항은 넣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30%포인트 안팎인데 여론조사로 승부를 내자는 것은 억지”라며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약체’인 안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결과가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 경선 등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지 않았던 게 국민의힘 방식”이라며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대선을 국민 경선으로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단일화 대결 시 윤 후보 지지층과 안 후보 지지층의 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KBS·한국리서치의 7~9일 무선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단일화 대결 시 윤 후보 44.2%, 안 후보 45.5%로 불과 1.3%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응답자의 이념 성향을 살펴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의 23.3%가 윤 후보, 67.5%가 안 후보를 선택했고, 보수 응답자는 71.1%가 윤 후보, 22.9%가 안 후보를 택했다. 중도 응답자는 40.2%가 윤 후보, 50.1%가 안 후보를 선택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78.6%가 안 후보를, 10.3%가 윤 후보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3.0%가 안 후보를 택했고, 윤 후보를 선택한 응답은 14.3%에 그쳤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안 후보의 지지율 반등 같은 극적 반전이 없다면 여론조사 단판 승부는 성사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다음 주 중의 지지율 추이가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安 “진정성 있다면 수용할 것” 尹 “드릴 말씀 없다” 

이날 대구를 방문한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에 대해 “저는 이미 제안했고, 윤 후보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윤 후보가 진정성이 있다면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본부장의 ‘통 큰 단일화’ 언급에 대해선 “윤 후보가 직접 말한 게 아니라면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야권 통합 문제에 대해선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