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녕만(73)이 대통령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20일까지 서울 청운동 류가헌갤러리에서 열리는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지난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만난 대통령 모두 청와대에 들어갈 땐 의욕이 넘쳤지만 나올 땐 쓸쓸했다”고 했다. “어떤 일이나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물러가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라고도 했다.
그는 선배 사진기자이자 서라벌예대 재학 시절 스승이던 이명동(1920∼2019)으로부터 “유능한 사진가는 저널리스트 플러스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고 배웠다. 기록성과 감성을 함께 추구하게 된 이유다. 그의 사진에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영광과 고뇌, 화려함과 고독, 빛과 그늘의 대비가 선명하다.
전시 사진 중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앉아있는 사진 옆에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같은 곳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똑같은 책상과 컴퓨터에 태극기 위치까지 똑같은 두 사진을 가리키며 그는 “이렇게 보면 대통령이 5년 시한부의 책상 주인이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앵글에서 찍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 두 장도 반전의 역사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날, 비통한 표정의 문 대통령이 장의운영위원장으로서 운구행렬을 따랐다. 그리고 2017년 6월 6일 현충일에는 제19대 대통령으로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또 누군가는 대통령이 돼 절대 권력과 절대 고독 사이에서 5년을 보낼 것”이라며 “퇴임 후에도 존경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간 대통령이 아무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노벨상까지 받았는데,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전임 대통령이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 사진 중에 그가 포착한 이색 사진도 있다. 1998년 6월 미국 백악관 만찬장에서 찍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사진이다.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초대 손님과 인사하던 중이었다. 백남준이 클린턴과 악수하려는 순간, 바지가 흘러내렸다. 속옷도 입지 않아 하체가 그대로 노출됐다. 실수였는지,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풍자한 퍼포먼스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대통령 후보들 사진을 찍으러 유세 현장에 나갈 계획이다. 그중 한 명이 그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11번째 대통령이 될 터다. 누가 당선될지 감이 오는지 묻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선거 운동 중에는 후보들 모두 에너지가 넘친다”며 “꿈이 있으면 에너지가 생기는 모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