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금속탐지기가 바닥을 훑었다. 태공이가 맞았다. 흙을 퍼내자 유압실린더가 발견됐다. 마지막 실종자 정모(52)씨가 쓰던 천공기에서 나온 것이다. 1시간 더 땅을 파자 이번엔 유압붐대가 발견됐다.
하지만, 태공이는 계속 ‘밑에 더 있다’는 듯 주변을 빙빙 돌며 짖었다. 오후 4시쯤 땅속에서 정씨가 몰던 천공기 본체 잔해가 확인됐다. 1시간 30분 뒤엔 본체가 인양됐다. 정씨는 작업할 때처럼 조정석에 앉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첫 날은 아롱이, 마지막은 태공이
사고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8분쯤 발생했다. 석재 발파를 위한 천공작업 중 토사가 붕괴해 현장에서 일하던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 등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문제는 넓은 수색 면적이었다. 축구장 18개가 넘는 13만㎡였다. 소방당국은 삼표 측의 굴삭기로 토사 제거 작업을 진행하면서 양주 중장비 연합회에 대형 굴삭기 지원을 요청했다. 토사가 무너진 방향을 1차 수색범위로 정했다. 그리고 인명구조견 투입을 결정했다.
첫날은 ‘아롱(9·수컷·래브라도 리트리버)이’의 활약이 컸다. 투입 1시간 만에 매몰된 굴착기를 발견했다. 아롱이는 매몰된 장비 4대는 물론 실종된 정모(30·사망)씨와 김모(57·사망)씨를 잇따라 찾아냈다.
영하 10도에도 연휴 내내 실종자 찾아
산전수전을 겪은 구조견들에게도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더욱이 구조견들은 1월 초부터 채석장 사고 현장에 투입되기 1주일 전까지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으로 장기 출장을 다녀왔다. 태공이를 돌보는 오문경 핸들러(49·소방장)는 “수색 범위가 워낙 넓었고, 날씨도 추운 데다 장시간 대기하면서 구조견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항상 현장에서 날아다니던 아이들인데 이번엔 예전보다 움직임이 둔했다”고 말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인명 구조견과 금속탐지기가 이상 반응을 보인 장소가 동일했다”며 “현장에 투입된 모든 이들이 고생했지만, 구조견들이 없었다면 실종자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닷새간의 수색 작업엔 소방대원 649명과 유관기관 직원 368명 등 1016명(누적 인원 기준)이 투입됐고 굴착기 등 각종 장비 366대가 동원됐다.
1년에 100일을 현장에서 보내는 인명 구조견
출중한 능력 탓에 출장도 잦다. 365일 중 100일 이상을 현장에서 보낸다. 일이 없어도 매주 3~4일은 훈련에 매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