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받고 떠나라"현수막 걸린 그곳, 현산 또 사업 따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06 07:34

수정 2022.02.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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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에 현대산업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뉴스1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안양에서 재건축 사업을 새로 따냈다. 붕괴사고 이후 일부 주민들이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보증금 돌려줄 테니 떠나라"는 현수막까지 걸었던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다.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5일 오후 진행된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417표를 얻는데 그친 롯데건설을 꺾고 시공권을 따냈다. 
 
업계에서는 이변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진 상황이라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따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롯데건설은 '시그니처 캐슬' 이란 브랜드를 이 단지에 최초로 적용해 안양시의 랜드마크(대표건물)로 짓겠다고 강조했었다. 시그니처 캐슬은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캐슬'과 하이엔드 단지에 붙이는 '르엘'의 중간 브랜드다. 외관 디자인은 도쿄 롯본기힐스 등 세계 각지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저디'사가, 구조 설계는 123층 롯데월드타워 등을 설계한 '쏜튼'사와 협업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유병규 대표이사가 자필 사과문까지 써가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노력했다. 유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관양현대아파트는 1985년 저희 현대산업개발이 준공해 지난 35년 동안 조합원님과 함께했다”며 “저희 현대산업개발과 임직원을 향한 믿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다시는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와 현장운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은 관양현대 재건축조합에 약속이행 여부에 따라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를 받겠다는 것, 매월 공사 진행현황 및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진단 결과를 조합원에게 보고하겠다는 것 등을 약속했다.
 
 
또한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 보증기간을 30년으로 연장하고 △시공에 대한 보증은 100%로 설정하며 △조합원으로 구성된 시공 감시단 및 조합에서 요청한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 업체 운영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일반분양가를 안양 최고 시세 기준으로 반영하고 대물변제를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내용 등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런 파격적 조건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등록말소' 가능성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이 새로운 사업을 수주한 것을 문제 삼기도 한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공언했고,서울시는 8개월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신규 사업 수주를 할 수 없다.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396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2층, 총 1305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는 42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