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선분양 제도가 반세기 넘게 유지되는 것도 한강맨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한강맨션의 건립을 놓고 “봉이 김선달 같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사장을 메워 만든 택지에 당시 대한주택공사(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건설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를 지었다. 선분양 제도를 통해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재정투입 없이 주택 공급 및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할 수 있게 됐고, 건설사 역시 자금 부담 없이 사업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모든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 됐지만,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으니 되레 인기였다. 그렇게 복부인이 탄생했다. 한강맨션의 경우 완공 이후 ‘복덕방에 자가용 차를 타고 온 부인들이 매입을 원해 새로운 치맛바람을 일으킨다’며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후 공급난에 집값이 치솟자 ‘후분양제’는 없던 일이 됐다. 그러던 것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계기로 또 거론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후분양 아파트를 사전청약하는 일도 벌어진다. 국토부가 지난달 사전청약한 평택 고덕국제화 지구의 한 단지(658가구)는 현재 공사 중인데, 입주예정일이 내년 10월이다. 대방건설에서 짓고 있는 이 아파트는 원래 국토부의 후분양 활성화 방안에 따라 금융 인센티브를 받고 후분양을 추진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의 사전청약 정책에 동참하는 민간단지가 됐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후분양 단지를 사전청약해 선분양하게 됐으니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고가 터지면 사후약방문식으로 후분양제가 거론될 뿐이다. 봉이 김선달식 주택 공급 정책을 깨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