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비서로 쓰고, 법인카드 유용 의혹
닷새 만에 모호한 해명…엄정히 수사해야
이 사안은 지사 부인에 대한 ‘과잉 의전’을 넘어 실정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문제다. 민간인인 지사 배우자가 공무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면서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남편의 법인카드 유용에 관여했다면 직권남용과 국고손실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사안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다. 경기도청 7급 별정직 공무원 A씨는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에 따라 일과의 90%를 김혜경씨 심부름에 썼다고 한다. 음식 배달, 속옷 정리는 물론 대리 처방된 약을 전해주고, 김씨의 코로나 문진표 작성과 아들 퇴원 수속까지 대신해 줬다는 것이다. 지사의 공적 활동에만 쓰게 돼 있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심각하다. 배씨와 A씨는 이 카드로 김씨 측이 먹을 소고기 등을 샀다고 한다. A씨의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니 수법도 지능적이다.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1억4000만원 인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와 배씨는 지난달 28일 A씨의 폭로가 처음 보도된 이후 닷새 동안 A씨 주장을 부정하거나 침묵하다 돌연 사과했다. 특히 핵심 인물인 배씨는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려고 (김씨가) 시키지 않은 일을 했다”고 했다. 납득하기 힘든 변명이다. ‘대리 처방’ 건만 해도 배씨는 “내가 복용할 목적으로 A씨에게 시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록엔 배씨가 A씨에게 “사모님(김씨)의 약 알아봐 주세요”라 주문하고, 약을 담은 쇼핑백을 김씨 집 앞 소화전에 걸어놓으라고 지시한 내용이 나온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 후보 측이 닷새 동안 A씨를 압박해 상황을 뒤집어 보려다 실패하자 포괄적 사과와 ‘꼬리 자르기’로 묻고 가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A씨가 폭로 이후 심리적 불안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의심을 증폭시킨다.
이 사안은 이 후보가 석 달여 전까지 지사로 재직한 경기도청의 감사로 끝날 일이 아니라 검경의 엄정한 수사 대상이다. 이미 이 후보 부부와 배씨는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위법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