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일까 말까 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 대표적이다. 5mm 이하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 곳곳을 조용히 점령한 데 이어 사람의 몸까지 파고든다.
컵, 그릇, 카드, 옷, 장난감…. 온종일 수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거기선 미세플라스틱이 끊임없이 나온다. 화장품 등에 쓰려고 일부러 작게 만든 1차 미세플라스틱부터 버려진 플라스틱이 이리저리 떠돌면서 쪼개진 2차 미세플라스틱까지 다양하다.
강동구 빗물에서 '플라스틱' 확인
이달 초 환경위생기업 세스코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이른바 '플라스틱 비'가 우리 동네에 내리는 셈이다. 연구팀이 지난해 6~7월 서울 강동구 빗물을 받았더니 100㎖당 미세플라스틱이 40~95개에 달했다. 앞서 호주 캔버라대가 발표한 시드니 남서부 빗물 분석에선 100㎖당 평균 2개였다. 국내 하늘에 훨씬 많은 미세 입자들이 있는 것이다.
세스코 측은 "미세플라스틱은 바닷물, 도로, 가정집 등 다양한 경로로 발생해 대기 중으로 이동한다. 오염물질들을 흡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베레스트, 극지도 플라스틱 점령…'청정지대 없다'
최근엔 더 심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린란드, 남극 대륙 등 극지방에서 나노플라스틱(nanoplastics)이 처음 확인됐다.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100㎚ 이하의 초소형 입자다. 종류도 폴리에틸렌(PE),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P), 타이어 파편 등으로 다양했다.
가디언은 "나노 단위의 플라스틱 입자는 매우 가벼워서 북아메리카, 아시아 도시들에서 바람을 타고 그린란드로 날아왔을 것으로 보인다. 남극에서 나온 것도 먼 대륙에서 해류를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 수만개 이상 섭취…신경독성 가능성도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연구는 이제 초기 단계다. 하지만 몸에 축적될 경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경성대 최윤식 교수팀의 '해양 환경의 미세 플라스틱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사람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간, 신장 등 전신으로 퍼진다. 일부 연구에선 신경독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섭취한 입자 크기가 클수록 독성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대 건강도 위협…"사용 줄이는 게 답"
한국환경연구원 박정규 선임연구위원팀은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피해 저감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미세섬유, 양식용 플라스틱 부표 등의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배출된 1차 미세플라스틱을 회수하거나 사전 저감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해변에서 손으로 모래를 쥐었다 놓으면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보일 만큼 흔해졌다"라면서 "단순히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리기보단 일회용 제품 생산, 사용량을 줄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사전 예방, 사후 처리를 포함한 체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