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公, 중대재해 예방에 4914억 투입
이 같은 조치는 그간 공사가 관리하는 수도권 전철역에선 중대재해가 잇따른 탓이다. 지난해 9월 지하철 6호선 공덕역~효창공원앞역 구간에서는 환풍구에서 집진기를 설치하던 2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지난해 3월엔 7호선 상동역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이 장애인 화장실에서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기도 했다. 2016년엔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여 숨졌다.
공사, ‘1조7000억’ 역대 최대 적자 전망
서울시 안팎에선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결국 안전관리, 점검 등 인력·시설 투자가 핵심인데 적자가 발목을 잡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공사가 적자해소를 목적으로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내놨을 때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당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재정위기는 인력감축, 안전관리 외주화, 교통복지 축소라는 극약처방이 아닌 사회 공공의 책임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교특회계 ‘곳간’ 열어야” 지자체 목소리
지난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특·광역시(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는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노인, 장애인, 유공자의 보편적 이동권 보장을 위해 1984년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냈다.
여유재원이 쌓였지만 교특회계에서 ‘철도계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법정 기준 이하로 떨어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교특회계는 도로계정 43~49%, 철도계정 30~36%, 교통체계관리계정 0~10% 등으로 나눠써야 하는데 여유재원이 도로계정에 계상되면서 도로계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59.4~66.8%로 4년 연속 기준을 초과했다. 반대로 철도계정은 19.5~25.5%로 법정 배분비율을 밑돌았다.
“정부, 교통 운영비 상승 방치해선 안 돼”
정부가 교특회계를 서울시에 전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의 2022년도 예산안을 보면 서울시 도시철도 노후시설·노후차량 개선에 각각 534억 원과 912억 원을 투입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중대재해 제로’를 위해 내놓은 주요 내용이 노후시설·차량 개선에 편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건설은 정부가 지원하되, 운영은 지자체 책임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기획재정부의 입장인데 만들어만 놓고 방치하는 식”이라며 “고령화로 인한 무임수송 부담에 안전 투자까지 운영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계기로 지방교통공사의 재정운영 방식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자체 고위관계자는 “운임 조정, 교특회계 지출 등 정치·행정적 이유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사물 인터넷(IoT)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건비를 안전감시장비, 센서 등으로 돌리는 등 구조조정을 할 여력도 생겼다”며 “공사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