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오전 10시 15분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총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1·2심은 인정했지만…대법, 동양대 PC 증거능력 부정할까
이 동양대 PC에선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총장님 직인' 파일, KIST 인턴 확인서, 단국대 인턴 확인서 등 입시 비리 혐의를 뒷받침하는 파일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정 전 교수 측은 1심부터 이 동양대 PC 등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PC를 동양대 강사휴게실을 관리하는 조교 김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했고, 이 PC에서 파일을 추출할 때 정 전 교수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2심 재판부는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PC의 보관자로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PC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PC는 정 전 교수가 사용했던 물건이었지만, 강사휴게실에 1년 이상 먼지가 덮인 채 방치됐고 이후 동양대 행정지원처장의 지시에 따라 조교 김씨가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어떤 판례를 따라갈까
대법원이 이 판례와 동양대 PC의 쟁점을 같은 선상에서 판단한다면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 전 교수 측 변호인도 이 판례를 근거로 동양대 PC는 위법한 증거라는 주장을 펴왔다.
다만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정 전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검찰은 동양대 PC 이외에도 다수의 증거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판례는 피의자와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피해자가 증거를 넘긴 반면, 동양대 PC는 정 전 교수와 무관한 조교가 제출했다는 점에서 같은 사안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이 정 전 교수 사건을 이 판례 대신 '조국 사태'의 또 다른 사건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와 동생 조권씨, 정 전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 사건과 결이 같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원심과 마찬가지로 인정될 수 있다. 김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인멸을 위해 조 전 장관의 자택 서재PC에서 하드디스크 등을 떼내 자신의 헬스장 사물함에 숨겨뒀다가 나중에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김씨의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에 검찰도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서 “대법 판결이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라면, 이미 확정된 조범동, 조권씨 사건 등에 대해 대법원의 직권 심리나 파기환송이 있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가 지난달 24일 동양대 PC와 서재PC 하드디스크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반발하며 한 말이다. 검찰 측 주장은 제3자인 김씨가 임의제출한 서재 PC 내용이 증거로 쓰였지만 대법원이 이때는 증거능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정 전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려고 했다면 이미 이 사건을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로 회부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수사 착수 2년 5개월 만에 대법 선고…1·2심은 "징역 4년"
2020년 말 1심 재판부는 1년여의 심리를 마치고 15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4000여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서울대 인턴 등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코스닥 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미리 취득해 이익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과 추징금이 각각 5000만원과 1000여만원으로 줄었다.
정 전 교수와 검찰은 모두 2심 판단에 불복해 지난해 8월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