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세 전시가 각각 과거·현재·미래를 소재로 다루는 점도 이채롭다. 아름지기가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면,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는 ‘미래 전망’이 핵심이다. 문성식은 우리 시대의 일상 풍경을 독특한 시선과 기법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다.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 시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전시작은 일상의 장면, 주변 동식물 등을 담은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이다. 여기에 작가가 2019년부터 시작한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지난해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풍경화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도 함께 선보인다. 작은 캔버스엔 과수원집 가족의 소소한 일상, 동네 골목에서 목격한 흔한 풍경이 담겼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을 보러 간 사람들 모습을 담은 ‘협상’, 벚꽃이 흐드러진 풍경 속을 걷는 연인 ‘새드 엔딩’ 등이 이야기를 피워올린다.
주목할 것은 작가의 독특한 유화 드로잉 기법이다.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데, 박수근의 작품처럼 거칠고 투박한 표면이 특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연필은 회화의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며 “연필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문성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했고, 현재 부산에서 작업한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전통의 아름다움을 꾸준히 알려온 아름지기의 역사를 한데 모은 것으로, 90여 작가의 400여 작품을 소개한다. 삼국, 고려, 조선 시대 전통 의복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의상, 또 새롭게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제시한 제례상과 도시락상, 술상, 찻상 등을 볼 수 있다. 전통에 뿌리를 뒀지만, 작품이 제시하는 건 미래와 연결 가능성이다. 미니멀한 식기와 가구들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전시장 내·외부를 거대한 파이프 구조물로 연결해 건축가적 상상력을 보여준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작품, 현대모터스튜디오 건물 유리 통창에 미래도시 풍경과 부산의 현재 풍경을 담은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의 작품 등이 감각적이다. 중견 건축가 최욱(원오원아키텍츠 대표)이 설계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건물과 공간 자체도 볼거리다. 최 건축가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설계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