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문 공유 주방 키친엑스가 걸어온 길이다. 키친엑스는 전국의 여러 맛집을 찾아 입점시킨 뒤, 해당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2019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업은 출발부터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당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한 개의 주방 시설을 다수 영업자가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회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 샌드박스’ 문을 두드렸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레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그 결과 2020년 9월 과기정통부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로부터 실증 특례를 받았다. 실증 특례를 받으면 현행법상 금지되는 경우라도 규제를 유예하고 일정 기간 제한 구역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샌드박스 통과해도 또 규제…법 개정만이 살길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26일 발표한 ‘샌드박스 승인과제 제도 개선 현황’에 따르면 키친엑스처럼 실제 법 개정을 완료한 경우는 137건 중 24건에 불과했다.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앱 미터기, 시각장애인 보행 경로 안내 서비스, 선결제 택시 등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대한상의 측은 “샌드박스 혜택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려면 법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샌드박스의 완성은 법령정비”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 진행중 30건, 미완료 과제 83건
자동차관리법·공중위생관리법 등 첩첩산중
대한상의는 정부와 국회, 올해 3월 출범 예정인 인수위 등에 조속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과제를 우선적으로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전자제어장치 업데이트 시 정비소를 방문하도록 돼 있는 자동차관리법, 한 개 미용실에서 복수 사업자가 영업하지 못하도록 한 공중위생관리법, 비대면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등이다.
강민재 대한상의 샌드박스관리팀장은 “법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부처는 물론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에서도 법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대선 이후 인수위 건의 등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