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약 밀수 사상 최대…입출국 막히니 국제우편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2.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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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관 당국에 적발된 마약류가 전년 대비 폭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적발 건수는 전년(696건)보다 51.4% 늘어난 1054건으로 집계됐다. 적발량도 1272㎏으로 전년(148㎏) 대비 760%나 늘었다. 건수와 적발량 모두 관세청 개청 이래 사상 최대다.  

자료: 관세청

 
주요 적발 품목은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577㎏, 126건 ▶코카인 448㎏, 20건 ▶대마류 99㎏, 336건 ▶페노바르비탈 57㎏, 80건 ▶GHB 29㎏, 1건 ▶러쉬 18㎏, 213건 등이다.  
 
국내에서 많이 남용되는 필로폰은 적발량이 전년보다 849% 증가했는데, 이는 19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해 7월 멕시코에서 항공기 기계부품에 숨겨 들여온 밀반입 필로폰 403kg을 적발한 영향이 크다. 국내 마약 범죄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카인도 적발량이 전년 0.1㎏에서 급증했다. 448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해 12월 페루산 아보카도에 코카인을 숨겨 들여오려던(400kg) 밀수범을 붙잡은 영향이다.


관세청은 신종 마약의 국내 반입 시도가 크게 늘어난 것을 새로운 마약 유통 트렌드로 보고 있다. 향정신의약품인 페노바르비탈ㆍGHBㆍ합성대마ㆍMDMAㆍ케타민과 임시마약류(마약류가 아닌 물질ㆍ약물ㆍ제품 중 마약류에 준해 취급ㆍ관리가 필요한 물질) 러쉬 같은 품목이다.  

주방 환기 장치 내부에 숨겨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필로폰. 사진 관세청.

 
이런 신종 마약 적발량은 143㎏으로 전년 대비 569% 늘었다. 이들은 주로 이들 성분이나, 해당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국가에서 밀반입되고 있다.
 
지난해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특송이나 국제우편으로 한국에 대마류 제품을 밀반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국내외 입출국이 여의치 않자, 다크웹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단속에서 국제 우편 적발량은 406%, 특송화물 적발량은 141%나 증가했다. 반면 항공 여행자 밀수는 건수와 적발량이 70%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국제 마약 범죄조직이 범죄 수익을 노리고 마약 생산을 늘리고 있고, 이에 따라 유통 가격이 내려가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마약 수요도 늘고 있다고 관세청은 분석했다.
 
임재현 관세청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 온라인 마약거래 증가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밀수경로의 다변화가 예상된다”며 ”첨단 검사장비 도입을 늘리고, 온라인에 대한 감시활동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