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당국도 이러한 낙관론에 동의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오미크론 유행을 잘 넘기면 안정된 상황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방역 상황과 백신 접종률을 고려할 때 외국과 유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美·유럽선 대규모 확산으로 자연면역↑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미국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나왔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특별 세션 ‘다보스 어젠다’에서 “면역을 회피하는 또 다른 변이만 나오지 않는다면 팬데믹은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에는 향후 코로나19 감염 확산 수준이 통제 영역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 이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기서 ‘통제’라는 것은 바이러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병과 함께 묶일 정도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엔데믹 가능성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입장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높다고 해도 한국의 경우 아직 면역을 얻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아 엔데믹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엔데믹 상황으로 가려면 백신을 접종하거나 감염이 돼 면역을 얻은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국내에는 감염자가 적은 데다 아직 백신 미접종자가 1000만명 가량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 약 5200만명 중 2차 접종을 완료한 이는 4485만여명(85.4%)이다. 아직 800만명이 미접종ㆍ미완료자다. 이 중 60세 이상은 87만명이다. 또 3차 접종 완료자는 2554만명(49.8%)이다. 전체 절반은 추가 접종이 필요한 상태다. 엄 교수는 “영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으로 자연면역을 획득했고, 3분의 2 정도가 백신을 맞았다”며 “물론 겹치는 인구가 있겠지만, 우리보다는 취약지대에 있는 이들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K 방역의 아이러니”라며 “감염자가 적어 영국이나 미국의 상황을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오미크론으로 집단면역이 생겼다고 해도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면 헛수고”라며 “아직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볼 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유행 양상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짧고 굵게’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면 한국은 ‘느리고 길게’ 유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남아공의 오미크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소요된 평균 기간은 27일이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이 나라들보다 방역이 잘 돼 있고 접종률도 높아 감염률이 낮다. 즉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인적 피해는 훨씬 덜하겠지만 사회ㆍ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기 교수는 “결국 미접종자들을 접종시켜 면역을 형성해야 하는데 미접종자 대부분은 mRNA 백신은 두려워서 맞기 싫어하는 상황”이라며 “새롭게 도입되는 노바백스 등을 활용해 접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도 “피해를 줄이고 사람들의 면역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 백신”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백신으로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변이에 대항하는 백신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안정적이면서 부작용이 없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