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력한 처벌 중심의 법 시행 예고
실현 가능하도록 기업 애로사항 듣기를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이다. 건설업계에는 처벌에 대한 공포가 퍼지고 있다. 법 규정을 곧이곧대로 지키기엔 비현실적인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전문인력 부족과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중소제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법 준수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53.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은 크게 나타났다. 50~100인 기업의 경우 60.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는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때는 면책하는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하다 구속되느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표는 당연한 얘기지만 처벌이 아닌 예방이다. 중대재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위험의 외주화’다.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각종 작업에 대해 하청·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공사 비용의 무리한 삭감 또는 떠넘기기가 발생하고, 이 와중에 현실적으로 규정을 지키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현장의 취약한 공사 관행을 그대로 둔 채 처벌만 강화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사고는 사고대로 계속되고, 사법처리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예고된 혼란에 눈을 감고, 법만 만들어 놓으면 할 일을 다한 것처럼 법 뒤에 숨어 있어선 안 된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실현 가능하도록 법을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 지킬 수 없는 법은 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