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김건희 수사는 '동면 모드'…"검찰, 외풍에 무력화"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16:19

수정 2022.01.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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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여야 대선 후보 관련 성남시 대장동 윗선 수사와 김건희씨 수사가 해를 넘기고도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3·9 대선을 앞두고 수사 동력이 약화한 데다 결론을 내는 데도 주저하는 모습이다. 법조계에는 “두 사건 모두 3월 9일 대선 이후까지 수사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과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타격이 불가피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진은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출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24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최근 수사팀에 파견된 검사 일부를 겸임 형태로 원 소속부서에 복귀시켰다. 당초 대장동 전담수사팀은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검사 전원과 중앙지검 내 다른 부서, 타 청으로부터 파견 온 검사 등 총 30여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규모였다.
 
그러나 수사팀이 구성된 지 만 4개월이 되도록 ‘윗선’ 규명 없이 수사가 공전하면서 검사들의 파견 기간도 덩달아 길어지자 원 소속부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걸 막기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한다. 현재 수사팀은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등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사건 관계인에 대한 간헐적 소환 외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 하고 있다.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할 상반기 검찰 인사에서 대장동 수사팀 교체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전적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고, 대검은 “인사 이후 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발을 뺐다.


변수는 황무성(72) 전 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다. 검찰은 다음 달 6일로 이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고 판단하고 있어 어떻게든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된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지난 13일 오후 늦게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 대선후보가 24일 경기 이천시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에서 즉흥 연설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다만,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당사자인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사망하면서 정 부실장이 관여를 시인하지 않는 한 이 후보나 정 부실장의 혐의 입증이 힘들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퇴 압박 의혹 수사는 끝맺더라도 대장동 관련 수사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윗선’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단 여론은 이 후보에게도 악재이기 때문에 여당도 내심 그걸 바라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50)씨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김씨가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자본시장법 위반)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우회 협찬(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수사를 매듭짓지 않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6일 공소시효가 도래한 코바나컨텐츠 우회 협찬 의혹 일부를 불기소 처분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가족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게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같은 혐의의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는 “처벌도 못 하는 의혹을 계속 수사한다는 의미인지 이해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부패2부가 형사6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1년 2개월이 지난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도 겉돌긴 마찬가지다. 수사팀은 김씨에 대한 조사만 남겨두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 단계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공개 촉구하는 등 연일 검찰을 압박하고 있어 최종 처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검찰에 공세를 펴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에 대한 소환조사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여야 정치권 모두 검찰청을 드나들며 수사를 지휘하는데 검찰이 무슨 오해를 사려고 결론을 내겠느냐”며 “외풍에 무력해진 검찰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