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조원의 증거금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면서 증시에 돈이 더 몰리는데 개미투자자를 위협하는 지뢰가 곳곳에 널려있다. 돈 벌겠다고 들어온 곳에서 언제 돈을 잃을지 모른다. 기관·외국인과의 싸움만이 아니다. 경영진의 먹튀, 오너 리스크가 줄줄이 나온다. 무엇보다 투자 선택의 기본이 되는 기업의 실적 자료 자체를 믿기 힘들다. 기업의 홍보, 언론의 보도, 지수의 움직임 등 증권 상품 선택의 판단 자료는 다양하지만, 그 바탕은 정확하고 투명한 실적 자료인데 그게 흔들린다. 시장을 관리·감시하는 금융 당국도 미덥지 못하다.
증권시장 곳곳에 만연한 리스크
오스템 횡령, 셀트리온 분식의혹
신라젠은 결국 상장 폐지될 듯
회계법인·금융당국 제 역할했나
오스템 횡령, 셀트리온 분식의혹
신라젠은 결국 상장 폐지될 듯
회계법인·금융당국 제 역할했나
금융당국은 어떤가. 금융위원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실을 공시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횡령사건 공시 전에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악했는지, 수사기관에 의심거래정보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다. 금융당국은 일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상한 돈의 흐름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한다는 평소의 자랑은 어디에 갔는가.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는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연일 주가가 출렁인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있겠지만, 분식이 사실이고 고의로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셀트리온 3사의 소액주주만 80만 명이 넘는다. 분식회계는 숫자 도둑질이다. 2001년 미국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 엔론은 분식회계로 파산했고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신뢰를 잃고 고객이 줄면서 결국 해체됐다.
회계제도는 매출과 수익, 현금흐름 등을 정확히 기록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국내에선 2011년부터 도입된 IFRS(국제회계기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신외부감사법을 도입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회계 투명성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2017년 63위(63개국 평가)에서 지난해 37위(64개국)로 올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기업공개(IPO)의 흥행 대박, 따상의 환호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 오스템 횡령, 셀트리온 분식 의혹뿐 아니라 지금 신라젠은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다. 직접 투자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편입된 ETF 등 간접 투자를 포함하면 피해자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소송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도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말한다. 사후약방문이다. 예방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투자는 개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하는 것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정확하고 투명한 실적 공개는 기업과 회계법인, 금융당국 공동 작품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