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나의 촛불’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過)에 해당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촛불’은 배우 김의성씨와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정치인, 수사검사 등의 증언을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 10월 ‘태블릿PC’ 보도로 촉발한 촛불시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2017년 3월)까지 약 5개월 간의 과정이 담겼다. 제작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2016년 11월~2017년 2월)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와 제작진의 인터뷰는 2019년 2월 이뤄졌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 중앙지검장이었다. 그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를 수사하면서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尹 “국정농단 수사 때 잠 못자”
이와 관련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영화가 보수분열을 의도했을 순 있지만 윤 후보의 메시지 톤이 높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탄핵 자체도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28일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정서적으론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며 사과했다.
‘연설 30초’ 출연한 이재명
인터뷰에 나선 등장인물도 3·9대선에 출마하거나, 직·간접적인 이해가 걸린 당사자들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영화에 아홉차례 나와 “국민의 80%가 탄핵을 지지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소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친노(친노무현)계 출신으로 민주당에 영향력이 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박근혜 씨는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한다”, “(탄핵은) 인류 민주주의 역사에서의 특이점”이라고 했다.
“출연자가 아닌데도 자료화면으로 육성이 꽤 길게 담긴 건 이례적”(민주당 선대위 인사)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육성 없이 자료사진으로만 두 번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제작진이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진보진영의 결집을 의도한 것일 수 있다”며 “다만 5년 전 이슈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반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