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잦았다고 강조...알맹이는?
하지만 북한을 향한 메시지의 결은 확연히 달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도발(provocation)"을 넘어 "공격(attack)"으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 등에 들어간 데 비해 정부는 "유감"과 "우려"만 반복하고 있는데, 고위급 협의 결과를 전하는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차이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北 미사일에 美 홀로 "규탄"
규탄과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내용은 미국 자료에만 있었고, 주어도 '양국 차관'이 아닌 '셔먼 부장관'이었다. 한국 자료에는 "양국 차관이 미사일 발사 상황을 공유했다"고만 돼 있다. 한국이 동참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 홀로 규탄 메시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韓 "대화 열려있어" vs 美 "..."
반면 외교부는 대북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었다. "양국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모든 방안에 열려있는 입장임을 재확인했다"(19일 외교차관 협의), "양 장관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방안에 대해 협의하였으며,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의 노력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 올 것을 촉구했다"(15일 외교장관 협의), "양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11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등이다.
하지만 미국 측 발표에 이런 내용은 모두 빠졌다.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보도자료에 우선적으로 담을 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앞서 한ㆍ미 외교장관 간 직전 유선 협의였던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미 국무부 보도자료에는 "남북 대화와 대북 관여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라는 표현이 포함됐지만 지난 15일 보도자료에는 '대북 대화'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북한이 모라토리움 파기를 들고 나선 것도 한·미 간 틈새를 노린 갈라치기 측면이 있다. 한국은 그간 북한이 모라토리움을 계속 지키는 데 대해 제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미국은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신뢰구축 조치 재고'로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그간 "종전선언이 좋은 신뢰구축 조치"라며 신중한 입장의 미국을 설득해왔는데,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깰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명분은 더 약해졌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북한의 고강도 도발 재개라는 초라한 결말을 맞게 될 우려가 커졌다. 그것도 한·미 간 이견만 확인한 채 말이다.
한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오전 7시 30분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 매체는 이날 새벽 6시쯤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결과 발표를 통해 모라토리움 폐기를 시사했고 내외신이 이를 속보로 내보냈지만, 해당 인터뷰에는 관련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