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시때때로 문제 삼는 ‘미국의 연합훈련 중단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담 뒤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돈을 엄청나게 아낄 수 있는 워 게임(war game)을 중단(stop)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과 관련, 군사 훈련을 줄이는 것도 이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뒤이어 “미래의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이라고 말했다.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맞지만, ‘원활한 협상이 진행되는 한’이라는 전제를 건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중단’에만 주목했다.
실제 그는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연합훈련에 대해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리가 훈련을 위해 쓴 돈은 믿기지 않을 만큼 많다(incredible)” “(훈련을 위해)괌에서 폭격기들이 날아오는데, 너무 비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러면서 연합훈련을 세 차례나 “도발적”이라고 표현했다. 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합법적 훈련이라는 그간 한‧미의 공동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연합훈련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한 ‘전쟁 연습’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옆에 있는 나라를 봤을 때, 이는 도발적 환경”이라며 “우리가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위해 협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워 게임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과 관련해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고 김 위원장에게 약속한 것을 정확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약속한 적 없다고 북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연합훈련 중단 기조를 이어갈 생각이 더더욱 없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규모 등이 대폭 축소된 형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올봄으로 예정된 연합훈련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