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부령에 이달 14일 오(午)시에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때로 혹 누른빛이 돌기도 하면서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여 몹시 무더운 기운에 사람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 흩날리던 재는 마치 눈과도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두께가 한 치(寸)가량 되었다. 걷어보니 마치 모두 나무껍질이 타다 남은 것과 같았다.”
한때 백두산 화산은 발해 멸망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10세기 백두산에서 거대한 화산폭발이 일어났으며, 이때를 노린 거란의 공격에 발해가 손도 쓰지 못한 채 멸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동안 치열했던 찬반양론은 얼마 전 해소됐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해 백두산에서 채취한 각종 자료를 근거로 화산은 946년 이후 폭발했으며, 발해 멸망(926년)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백두산의 오랜 ‘혐의’가 벗겨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