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 및 가족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16일 MBC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을 보도한 데 이어, 18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정치권에선 “가치경쟁이 실종된 한국 정치의 현주소”란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장영하 “이재명 욕설 녹음 34개 추가 공개”
이날 장 변호사가 공개한 파일은 이 후보가 과거 자신의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 및 이씨의 부인과 나눈 통화 녹음이다. 전체 34개 파일, 160분 분량이라고 한다. 그간 유튜브 등에 공개돼 논란이 됐던 이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과는 다른 것들이다.
장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권에선 MBC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를 공개한 데 대한 맞불성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장영하 변호사의 개인 기자회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가족의 내밀한 문제이고 또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긴 합니다만, 공인으로서 이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의 과거의 한 부분이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문제의 발단이 됐던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고, 어머니에게 가혹하게 문제를 만들던 그 형님도 이젠 세상에 안 계신다. 다시 벌어지지 않을 일이니까 국민께서 용서해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사과와 별개로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입장문을 통해 “녹음파일을 공개한 국민의힘 특위 소속 장 변호사를 후보자 비방죄로 즉각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보단은 “장 변호사가 불법 배포한 이 자료를 선별 편집해 공개하는 행위는 선관위 지침에 위배될 뿐 아니라 후보자 비방죄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16일 유권해석을 통해 “이 후보의 욕설이 포함된 녹음파일의 원본을 그대로 트는 것만으로는 후보자비방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 변호사가 공개한 파일은 원본이 아닌 편집된 것이란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이재명 "용서해 달라"…與는 '무속 논란' 총공세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건진법사' 전씨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를 ‘왕윤핵관’으로 규정하며 연일 ‘무속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핵관은 무당이고 왕윤핵관은 부인인 윤 후보의 무당 선대본부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주요 인재는 전씨의 면접을 보고 난 뒤에 합류가 결정된다’는 윤 후보 캠프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된 후 많은 국민께서 대경실색하고 있다. 최순실의 오방색도 울고 갈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국민은 주술과 무당에게 홀려 국사를 결정하는 나약한 지도자에게 단 한표도 아까워한다”며 “윤 후보가 집권 시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제2무속실’을 설치하는 게 아니냐는 시중의 얘기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부인 보좌 기능의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후보의 공약을 비꼰 것이다.
본격화하는 여야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여야의 정책 공약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면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자, 단기적으로 상대를 흠집 내며 반사이익을 얻는 방식의 정치 구도가 형성됐다”며 “가치경쟁ㆍ정책경쟁이 실종된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