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전 직원에게 스톡 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다고 12일 공개했다. ‘창업 공신’이나 핵심 임원 등 소수만 받던 스톡 옵션을 컬리는 왜 전 직원에게 나눠주는 걸까.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스톡 옵션 먹튀’ 논란 이후 소수 임원에 집중된 스타트업 보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터라, 컬리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무슨 일이야
● 업계에선 컬리가 이번 스톡옵션 행사가를 지난달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주당 가격(1주당 10만원)의 20% 선으로 책정했다고 알려졌다. 부여받은 날로부터 2년후부터 컬리 주식을 주당 약 2만원에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컬리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 대신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찬 서울대 교수(산업인력개발학)는 “스톡옵션은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오래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수백명 규모의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일괄 부여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아직은 드물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이 뭔데
● 비상장 기업은 보통 예상되는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행사가 5000원에 2만주를 살 권리를 받았다면, 상장 후 주식이 주당 1만원일 경우 1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해
● 인재유치와 자본소득, 윈윈 : 대기업 사원들은 연말이면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는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 또는 특별보너스가 나와서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이런 ‘총알’이 두둑하지 않다. 그럼에도 핵심 인재를 붙들어 둬야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엔 스톡 옵션이 유용한 카드다. 효과도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에 다니는 장모(32)씨는 입사하며 연봉의 20% 가량을 스톡 옵션으로 계약했다. 그는 “어차피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스톡 옵션”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자본 수익과 연결되므로 회삿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컬리 말고 또 어디가?
● ‘1년 뒤 1억’ 토스 : 토스와 토스뱅크는 입사 1년 차에 임직원들에게 1인당 1억원의 스톡 옵션을 부여한다. 개인마다 상이하지만 대체로 부여 후 약 3년 후 완전 행사할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2018년에 처음 전 임직원에게 스톡 옵션을 지급했는데, 이후에 합류한 사람들에게도 우리와 철학이 맞으면 회사를 같이 키워 나가자는 취지에서 비슷한 규모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니콘 아니어도 : 올해 IPO를 앞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도 지난해 상반기 입사자까지 전 직원에게 1000만원 가량의 스톡 옵션을 부여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상장후 직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도 상장 1년 전 전 직원에게 스톡 옵션을 지급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직전 전 직원에 조건부 주식을 배분했다. 스톡 옵션은 아니지만,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친구’와 물류센터 직원 등 일선 현장 직원들과 상장 과실을 나눈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직원 1인당 200만원, 총 1000억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지급됐다. RSU는 회사가 제시한 근속 조건을 직원이 충족할 때 주식을 주는 방식이다.
스톡 옵션 받으면, 무조건 좋나
또 상장 후에도 주가가 행사가보다 낮아지면 손해가 발생한다. 자금 조달 역시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대출로 행사가격을 마련했다면 대출이자 등으로 손해를 볼 위험도 있다. 또 소득세나 양도세 등 각종 세금도 본인의 몫이다.
● 실속형 스톡 그랜트 선호 : 스톡 그랜트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보상이다. 스톡 그랜트를 받으면 세금(근로소득)을 내야 하지만, 받을 때보다 주가가 좀 떨어져도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직원들에겐 일단 이득이다. 성과 보상 문제로 몸살을 앓던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전 직원에게 3년 동안 매년 1000만원의 스톡 그랜트를 지급하겠다”며 진화한 바 있다. 회사의 미래가치(주가)가 오르면 직원들의 자산도 오르는 ‘동기화’를 노린 보상 정책이다. IT 업계에서도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는 스톡 옵션보다 현금 보상이나 스톡 그랜트가 실속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