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동국 형이 등지는 법 알려줘" 이동국 "많이 늘었더라"

중앙일보

입력 2022.01.13 14:03

수정 2022.01.14 00:48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터키 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 [사진 대한축구협회]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오후 8시 아이슬란드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국제축구연맹 A매치 데이가 아니라서, K리그 선수 25명, 일본 가시와 골키퍼 김승규 등 26명만 소집됐다. 27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7차전 레바논전을 치르는데, 유럽파는 레바논에 현지 합류한다. 터키에서 레바논에 가기 위한 국내파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팀 출국 전 서울 합정동에서 공격수 조규성(24)을 만났다. 전북 현대 시절 아이돌 황민현(워너원)을 닮아 ‘봉동 소년단’이라 불렸던 조규성은 까까머리다. 작년 3월 군팀 김천 상무에 입대한 ‘상병’ 조규성은 휴가 중이었다. 조규성은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논산 훈련소에서 보냈다. 팀에서 치료 받다가 무의식에 군가 ‘전우’를 흥얼거리고 있더라”며 웃었다.  

작년 11월 월드컵 최종예선 활약
2연승 이끌며 황의조 경쟁자 급부상
전북 시절 이동국 조언이 큰 도움
15일 터키서 아이슬란드 평가전 앞둬

터키 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조규성이 평소 지내는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입대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벌크 업’ 했었다. 조규성은 “운동하고, 밥 먹고, 자는 패턴이었다. 체중이 79㎏에서 84㎏가 됐고, 근육량이 4㎏ 늘었다. 처음에는 힘이 세져 자신감이 늘었는데, 시즌을 치를수록 몸이 무거워지더라. 정승현 분대장이 ‘근육량을 좀 줄여보는 게 어때’라고 조언해줬고, 1.5㎏ 정도 줄였더니 확 좋아졌다”고 했다.  
 
조규성은 작년 11월 2022년 카타르월드컵 2연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부상으로 빠진 황의조(30·보르도)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아랍에미리트전(1-0승)에 중거리슛이 골대를 강타했고, 이라트전(3-0승)에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이 "조규성에게 몇 가지 더 전수해주겠다”고 흡족해 했고, 황희찬(26·울버햄튼)은 “규성아 너무 진짜 잘했다”고 말해줬다.
 

작년 11월 이라크전에서 맹활약한 조규성(왼쪽). [연합뉴스]

 
조규성은 2019년 K리그2 FC안양 시절에는 황의조처럼 공간으로 빠져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최전방에서 버텨주고 볼을 지켜내 리턴 내주는 역할을 했다. 공간이 넓어진 덕분에 손흥민(토트넘)도 살아났다. 조규성은 “K리그1 강팀 전북, K리그2 강팀 김천에서 뛰다 보니 공간이 안 생겨서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벤투 감독님도 ‘앞에서 많이 싸워주고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했다.  


2020년 전북에서 함께 뛴 조규성과 이동국. [연합뉴스]

2020년 전북에서 함께 뛰었던 공격수 이동국(43)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조규성은 “‘지금 아니면 언제 물어보냐’는 생각으로 ‘등지는 법’을 여쭤봤다. ‘옆으로 서서 한 손을 잘 써야 한다’고 세세하게 노하우를 가르쳐주셨다”며 “요즘 대표팀 경기 해설위원인 동국이 형이 절 좋게 말씀해주셔서 우리 가족들이 좋아한다. 동국이 형이 ‘더 겸손해야 하고, 더 승승장구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했다.  
 
최근 인천 송도동에서 만난 이동국은 “규성이가 많이 늘었더라. 원래 반듯한 스타일이었는데,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해주더라. 옵션이 더 생겨 상대 수비들이 막기 더 힘들거다. 좀 더 보완하고 꾸준히 잘해서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공격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규성은 경쟁자 황의조에 대해 “저보다 뛰어난 공격수다. 감바 오사카, 성남 시절부터 골 장면을 찾아봤다. 슈팅 타이밍, 감아차기 기술이 너무 멋있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김천 상무 공격수 조규성. [사진 김천 상무]

 
사실 조규성은 고교 시절 축구를 그만 둘뻔 했다. 조규성은 “중학생 때 키가 1m60㎝대였다. 안양공고 2학년 때 ‘축구로 대학 진학이 힘들겠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 받았다. 실업배구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겨울까지만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되면 공무원 준비 할게요’고 말씀드렸다. 요즘 말로 ‘대가리 쳐박고’ 했다. 새벽 5시부터 나가서 훈련했고, 갑자기 키도 1m80㎝대(현재 1m88㎝)로 컸다”고 했다.  
 
광주대 1학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조규성은 대학교 2학년 때 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조규성은 “애들은 비웃었는데 골 넣는 재미가 있더라. 미드필더 경험을 살려 맨 앞부터 수비하고 더 뛰었다”며 “예전에는 맨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를 좋아했고, 전북 형들은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에 빗대 ‘조라타’라고 불러줬다. 그런데 요즘에는 최전방에서 골도 넣고 연계해주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영상을 보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조규성과 황인범, 손흥민(왼쪽부터) [연합뉴스]

 
조규성은 “난 2018년 월드컵을 보며 ‘2026년 월드컵은 꼭 나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 도쿄올림픽에 탈락했던 내가 A대표팀에 뽑혔다. 사람 앞 날은 모르는거다. 내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꿈꾸고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