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건보' 시끄러운데..."돈없어 아이 숨져" 5억 항암제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2022.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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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백혈병 원샷 치료제 킴리아 도입을 기다리다 아들(12)을 먼저 보낸 어머니 이보연씨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신속한 건보적용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환자단체연합회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탈모 건강보험 적용 공약'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 항암제의 건보 적용이 어떻게 처리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3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5억원짜리 항암제로 알려진 킴리아와 폐암 환자를 위한 혁신적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한다.    

킴리아·키트루다 고가항암제 건보 적용될까

 여기를 통과하면 2개월 내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의 약가(건강보험 적용 가격) 협상, 이후 1개월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복지부 산하 건보정책의결기구) 의결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건보 적용 4단계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 약평위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7월 건보 적용의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킴리아는 지난해 10월 통과했다.
 
 킴리아는 환자의 세포를 미국 노바티스 공장으로 가져가서 한 달여 만에 세포치료제를 만들어서 들여온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제조 방식이나 효과, 용법 등이 일반 항암제와 완전히 다르다. 다른 약과 달리 킴리아는 '원샷 치료제'이다. 백혈병과 림프종에 쓰인다. 

미국 노바티스사의 백혈병 원샷 치료제 킴리아. 사진 노바티스

 
킴리아는 약값 4억6000만원에다 입원료·치료비 등으로 4000만원이 더 든다. 5억짜리 약이다. 그동안 환자단체는 노바티스 측에 약가 인하를 요구해 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 약은 그동안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진 1억원 상당의 약보다 훨씬 비싸다. 
 
 경기도 이천시 이모(53)씨의 아들(26·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은 지난해 10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약을 투여받았다. 이씨는 "아파트·땅을 담보 잡히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 약값을 마련했다. 어떻게 갚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킴리아 치료가 필요한 재발성·불응성 백혈병·림프종 환자의 여명기간은 3~6개월이다. 약값 5억원을 감당할 수 없는 환자는 킴리아 건보 적용을 기다리다 대부분 사망한다.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앓던 은찬이(12)는 킴리아를 기다리다 지난해 6월 숨졌다. 어머니 이보연(40)씨는 지난해 10월 국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킴리아를 기다려 왔으나 여러 가지 준비 부족으로 약을 쓰지 못해 아이가 사망했다"며 "이제는 돈이 없어 약을 쓰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일 환자 단체의 신약 건강보험 등재 지연 등에 대한 진정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했다. 인권위는 다만 "식약처와 심평원이 동시에 심사·결정을 하여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해당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시적인 약값으로 우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건보에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3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두 항암제의 건보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판에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에 건보를 적용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며 "탈모 논란에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두 항암제에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문대로 복지부가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지난 4년 동안 연간 키트루다 약값으로 7000만~1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주요 국가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은 데가 없다. 한국은 이런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